[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

[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

 얼마 전 영국 하원의원이자 문화미디어체육부 예비 각료인 제레미 헌트를 만난 일이 있었다. 면담 중 그가 유독 집요하게 질문한 내용은 “왜 한국은 향후 1Gbps급 망을 구축하려 하느냐”였다. 현재의 100Mbps급으로도 충분할 텐데 과잉투자가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당시 나는 이렇게 답했다. “향후 우리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u근무, u의료, u교육, u시티 등이다. 세계 최고의 ICT를 기반으로 ‘녹색융합서비스’를 발전시키고 테스트베드화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이다. 이를 구현하자면 그 정도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제서야 그는 수긍하는 눈치였다.

 만약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되고 재택근무가 보편화된다면 개개인의 삶의 질과 근무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우선, 현재 우리 사회의 큰 현안 중의 하나인 저출산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직장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슈퍼맘’이 돼야 하는 사회현실에서 애를 가지고 낳기까지는 그야말로 큰 결심이 필요하다. 쾌적한 집에서 업무와 육아가 동시에 가능하다면 굳이 슈퍼맘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국가나 회사에서 재택근무자에 대해 오히려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국가나 회사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상당한 사무실 운영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어 그 부분을 인센티브로 활용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3000만명에 달하는 파트타임 근로자, 500만명의 정규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그 생산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저탄소 녹색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사실 저탄소를 실현하기 위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전기자동차 등을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통량을 줄이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오늘날 보편화돼 있는 모여서 일하는 직장 개념은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짐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직장 형태가 필요하다.

 원격의료도 중요하고 효과가 높은 분야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아파서 병원에 가기보다는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약을 처방받기 위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대학병원이 임상 실험한 결과 이들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통원치료보다 원격진료를 했을 때가 7% 정도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만성질환 노인들의 의료비가 한 해 5조6000억원인데,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전체 비용의 27%인 1조5000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원격교육도 주목해야 할 분야다. 현재 사교육비 시장은 20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미 200만명을 넘어 본격적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IPTV를 통해 맞춤형, 대화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최고 수준의 강의가 보편화되고 교육방송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사교육 문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작년 4월, 세계적 인터넷기업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이 내한해 향후 5년간 국내 u시티에 2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인천 송도지역 등에 성공모델을 구현하게 되면 서로 간에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 신도시를 미래형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구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테스트베드가 구축되면 제2의 해외건설 진출 붐을 일으키는 종합적인 수출상품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전국 방방곡곡을 잇는 광대역, 양방향, 모바일 슈퍼정보고속도로(u-BcN)가 완성된다.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규모의 경제’가 유효했다면 미래 인터넷 기반의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밀도의 경제’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60%가 넘는 아파트 중심의 거주환경을 가져 유무선 통합망 구성에 경쟁적 우위를 가진다. 이러한 밀도의 경제를 바탕으로 ‘인터넷경제와 녹색성장’을 연계 발전시킬 수 있다. 민간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통신시장에 탈통신, B2B, FMC 등 서비스 간 융합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초기 시장수요를 제시해 주고 법제도적인 장애를 걷어주면서 해외진출을 돕게 되면 서비스, 콘텐츠 중심의 성장동력화가 가능하고, 고용 있는 IT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해 u근무, u의료, u교육, u시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꾸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교통,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게 된다.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경제와 저탄소 녹색성장은 동일궤도의 연장선상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결국, 녹색성장의 중심에 ICT가 있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 taegun@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