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8)구글,게임 개발자에 추파를 던지다.

구글이 수천명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자사의 스마트폰인 ‘넥서스원’과 버라이즌의 안드로이드폰인 ‘드로이드(모토로라 브랜드 스마트폰)’를 공짜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22일(미 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 3월 9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약칭 GDC)‘에서 공짜로 스마트폰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공짜 스마트폰을 받기 위해선 다음달 4일까지 게임 개발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구글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게임 개발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플레이스’에 올려놓아야만 애플의 아이폰과 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도의 마케팅 기법은 이미 MS도 추진했던 것인데, MS는 X박스용 게임 타이틀의 개발을 북돋우기 위해 게임 개발자들에게 HDTV를 공짜로 제공한 사례가 있다. 구글이나 MS가 무료로 첨단 디지털 기기를 제공하는 것은 게임이란 장르가 모바일 플랫폼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모바일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이폰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 인터넷 매체인 ‘벤처비트’에 따르면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현재 12만5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5분의 1이 게임 분야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한다. 물론 앱스토어 다운로드 상위 목록에는 상당수의 게임들이 포진되어 있다.

애플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이번 `게임 개발자 컨퍼러스(GDC)에서 ‘아이폰 게임 개발자 서밋’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6천만명에 달하는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사용자를 겨냥한 고도의 개발자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구글은 아직 애플과 같은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3월 개최 예정인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게임 개발자들에게 공짜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애플이 ‘아이폰 게임 개발자 서밋’을 개최키로 함에 따라 GDC는 구글과 애플의 게임 개발자 구애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글이 얼마나 많은 게임 개발자들로 부터 선심을 살 수 있을지가 주목거리다. 구글 입장에선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지난 11월 프랑스의 게임퍼블리싱업체인 ‘게임로프트’는 “안드로이드 게임 개발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게임 사업의 축소 계획을 발표, 안드로이드 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게임로프트’는 현재 전체 매출의 13%를 아이폰에서 올리고 있다고 한다.안드로이드용 게임보다 무려 400배 이상 많은 매출을 아이폰에서 올리고 있다는 것. 비록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이 안드로이드폰을 주력 모델로 내놓고, 구글이 ‘넥서스원’을 앞세워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가세했지만 아이폰 첫 출시당시의 폭발력을 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업체들이 안드로이드폰에 대해 아직은 미심쩍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게임업체들도 부쩍 증가 추세다. 최근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한 게임업체 ‘Moblyng`(http://moblyng.com)이 대표적이다.원래 아이폰용 게임으로 IT업계에 처음 이름을 알렸던 이 회사는 최근에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안드로이드용 게임에 더욱 공격적이다. 현재 안드로이드용 게임 타이틀 8개를 내놓고 있는데,아이폰 앱스토어보다는 안드로이드 오픈마켓에 먼저 출시했다.

이 회사의 CEO인 스튜어트 푸트니는 “모든 애플리케이션 마켓은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안드로이드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효율적으로 노출하고 수익화하는 방법을 배웠다.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애플의 앱스토어보다 훨씬 유리하다. 다만 안드로이드 마켓이 보다 기술 지향적인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앱스토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게임개발사나 전통적인 게임업체들이 애플 앱스토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최대 모바일 게임 업체인 EA 역시 안드로이드 게임에 신념을 갖고 있다. ‘EA모바일’의 아다 수스만 수석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중요한 모바일 플랫폼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미 몇몇 게임을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내놓았거나 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상 벤처비트 보도 인용).

가트너 최신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지난해 68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13년에는 216억 달러 규모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이 가운데 20~30% 이상이 게임이라고 한다면, 게임업체들이 왜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분야에 정성을 쏟는지 이해할 수 있다. 2013년 216억 달러에 달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선 게임업체들의 미래 역시 그다지 밝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특정 모바일 플랫폼에 ‘올인’할 것인가 아니면 크로스 플래폼 또는 멀티 플랫폼으로 갈지는 선택과 전략의 문제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