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6)애플 vs 구글, 모바일 컴퓨팅의 최후 승자는?

2010년 1월 5일, 구글과 애플에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다.

이날 구글은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대만의 휴대폰 업체 HTC로부터 하드웨어를 공급받아 자체 브랜드의 안드로이드폰인 ‘넥서스 원’을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도 이날 모바일 광고업체인 ‘쿼트로 와이어리스’를 2억7천5백만달러에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해 IT업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발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날 애플과 구글의 공식 발표는 스마트폰,태블릿PC,MID,넷북 등 모바일 컴퓨팅 시장을 놓고 IT업계의 두 수퍼 스타가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대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미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애플 vs 구글, 왜 친구가 될 수 없는가’라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냈다. 이 기사를 통해 지난 10여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의 적으로 삼아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서 한바탕 전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두 IT업계 수퍼스타들간 패권다툼은 양사 CEO의 그간의 경력과 각별한 인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노벨의 전직 간부 및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와 반MS 진영의 선봉에 서있었다. 에릭 슈미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자바’의 개발 및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으며,노벨에선 최고경영자로 리눅스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배경이 MS와 직접 경쟁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친분을 쌓는 계기가 됐다. 에릭 슈미트가 2006년 8월부터 2년동안 애플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구글과 애플의 관계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서로 존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에릭 슈미트를 “구글 CEO로서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며 치켜세웠고, 에릭 슈미트는 애플을 "가장 존경하는 회사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07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면서 갈등의 씨앗이 잉태되기 시작했다. `크롬` 브라우저의 출시와 `크롬` OS 출시 계획, 모바일 광고 업체인 애드몹 인수로 갈등이 확대되었다. 결국 미 연방통신위원회(FTC:Federal Trade Commission)가 “에릭 슈미트의 애플 이사회 활동이 구글과 애플의 담합을 조장,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는 행위인지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에릭은 애플 이사회에서 발을 뺐다. 여기다 애플은 구글보이스 등 2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앙금은 계속 쌓여갔다.

지난 5일 ‘넥서스 원’ 출시 발표와 쿼트로 와이어리스의 인수 발표로 양사 관계는 결정타를 맞았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적대적 경쟁관계’로 명확하게 정리되었으며 전선은 한층 분명해졌다. 사실상 양사의 사업 모델은 동일해졌기 때문에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모바일 광고와 검색시장은 양사가 자웅을 겨루는 최전선이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월스트리트와 IT산업계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애플의 쿼트로 인수로 검색 시장과 모바일 광고 시장에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동안 애플이 아이폰 사업을 통해 확보한 세세한 고객정보와 위치정보가 모바일 광고와 자연스럽게 결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는 “향후 5년 이내에 데스크톱 PC 보다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웹 접속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며 모바일 컴퓨팅 패권 경쟁이 불붙을 것을 예상했다. 데스크톱 PC시대에는 구글,이베이,야후 등이 승리자가 됐지만, 모바일 컴퓨팅 시대의 승자는 아직 누가될 지 모른다. 모바일 광고 시장은 아직은 전체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줌`에 불과하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광고 시장은 6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모바일 광고 시장은 단지 20억 달러에 머물렀다.하지만 모바일 광고시장은 향후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비즈니스위크는 ‘하키 스틱의 커브’와 같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스마트폰,테블릿PC,MID,넷북 등이 모두 모바일광고 시장의 주요 타킷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앱스토어,개발자,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면서,서로를 지원하고 견인하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비즈니스 성패의 관건이다. 모바일 생태계에 관한한 애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놓은 12만5천여개의 애플리케이션들이 업로드되어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가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IDC에 따르면 앱스토어에 업로드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짧은 기간에 14%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에 반해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3.5%에 그친다.

물론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모바일 생태계의 근원인 개발자들로 부터 적지 않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앱스토어에서 무료 소프트웨어가 규범(Norm)처럼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유료 애플리케이션도 99센트 짜리가 굉장히 많다.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만들어놓은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붙이고 있지만 실제로 개발자들에게 들어오는 수익은 `쥐꼬리`에 불과하다 .

결국 애플이 음악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을 혁신했듯이 모바일 광고 시장을 혁신할 것이란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임원진들 역시 모바일 광고의 전면적인 개조가 불가피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애플 내부 소식에 정통한 사람들의 전언이다.

애플이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갖고 있는 파괴력은 아이폰 기반의 고객 데이터와 위치정보에 기반한다. 여기에 모바일 광고가 결합한다면 검색광고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구글을 넘볼 수 있다. 가령 아이폰을 들고 다니면서 특정 지역의 맛 있는 집을 검색하면 근처의 음식점이나 레스토랑 광고가 표출되는 식이다. 애플이 모바일 광고 회사인 ‘쿼트로 와이어리스’를 인수한 이유도 바로 이런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기때문이다.

이미 애플은 구글이 애드몹을 인수하기 전 부터 애드몹에 눈독을 들여왔다. 하지만 구글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11월 7억5천말 달러에 이 회사를 낚아챘다. 애플도 모바일 광고 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애드몹의 경쟁사인 ‘쿼트로 와이어리스’를 인수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쿼트로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쿼트로 CEO인 앤드류 밀러를 모바일 광고 담당 부사장에 임명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그동안 부사장이란 직책을 별로 두지 않던 애플이 모바일 광고 시장을 책임지는 부사장 타이틀을 새로 만든 것이다. 애플이 모바일 광고에 얼마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경쟁 구도를 살필 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검색광고 시장이다. 현재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은 구글이 전체 시장의 65%를 차지한다. 야후,‘빙’ 등이 헐떡거리며 한참 뒤에서 쫒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모바일 검색 시장은 전통적인 의미의 검색 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바일 검색 분야는 신천지나 다름없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검색광고 시장에서 모바일 검색시장은 아직 2%에 못미친다. 금액으로는 9억2천4백만 달러 수준이다. 애플과 구글이 앞으로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문제는 모바일분야에선 사용자들의 행태가 데스크톱 PC 환경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옹색한 문자입력장치를 이용해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데 큰 불편을 느낀다. 당연히 검색광고의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검색창에 맛있는 음식점을 입력하기보다는 미국에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위치 정보서비스인 ‘옐프’나 ‘어번스푼’ 등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인 ‘오범’의 조나단 야미스가 “모바일에서 꼭 검색창을 이용해야한다면 그것은 실패의 신호다‘고 말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엄청난 숫자의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고객의 신용카드 번호,주소 ,자주 애용하는 팟캐스트,음악,영화 등 온갖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다. 이들 고급 고객 데이터들은 `쿼트로와이어리스‘의 모바일 광고와 연계될 것이다. 또한 아이폰뿐 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태블릿에도 당연히 모바일 광고 매커니즘이 적용될 것이다.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구글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데스크톱 분야에선 최강자이지만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선 취약점들이 많다. `넥서스원`을 내놓으면서 아이폰에 정면 승부를 선언했으나,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애플과 같은 높은 수준의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과 같은 고객 데이터를 모바일쪽에서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애플이 조만간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구글을 ‘적대적인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애플이 구글 검색 엔진 대신 MS의 ‘빙’을 대안 검색 엔진으로 채택하거나, 아예 자체적으로 검색 엔진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범’의 조나단 야미스는 “모바일 분야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는데, 왜 굳이 애플이 아이폰에서 구글을 용인하겠는가" 그러면서 애플이 조만간 검색분야에서 무언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예측이 맞는다면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도 한바탕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아직 모바일 검색은 누구도 장악하지 못한 ‘미완의 땅’이다. 현재 모바일 검색이 전체 검색 시장의 5%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오는 2016년이면 전체 검색의 23.5%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이뤄질 것 이라는 예측이다. 애플이 모바일 검색시장을 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패권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두 수퍼스타가 스마트폰,모바일 광고 등 분야에서 서로를 닮아가면서 경쟁의 수준을 점점 높여가고 있는게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할만하다. 여기에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라는 걸출한 CEO간 대결도 볼거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55년생으로 동갑내기에 연봉도 똑같이 1달러다. 누가 모바일 전쟁에서 승리할 지 궁금하지 않은가?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