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지난 10년간 잃어버린 세 가지

[리더스포럼]­ 지난 10년간 잃어버린 세 가지

지난 10년 전, 새천년(200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Y2K였다. 이제 10년이 지난 2010년이라는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며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는 이야기는 스마트폰이다. 이처럼 지난 30년간 우리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기술 발전이 우리의 생활 방법과 문화를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제품의 생산에서 인터넷의 보급과 활용까지 세계 1, 2등으로 꼽히는 나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10년을 돌이켜보면 정보통신 분야에서 잃어버린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정보통신부가 타 부서와 분할 통합되면서 없어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산업정책을 활용해 특정 분야를 집중적이고 우선적으로 육성시키는 나라에서 정보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정보통신부가 타 부처로 분산돼 합병된 것은 정보통신산업의 방향타를 잃어 버린 격이다. 우리와 같이 작은 나라가 강소국이 되기 위해선 남보다 앞서는 산업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는 산업정책이 수립돼야 하며, 이들 정책적 문제를 관장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 분야가 인류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로 부각되는 시점에서 그 부서가 없어진 것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잃어버린 가장 큰 손실이다.

 둘째는 정보통신 기술 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가 KAIST에 합병된 것이다. 정보통신대학원의 설립은 이 분야 기업과 전문가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교육의 특성상 그 결과를 얻으려면 10년에서 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게 마련이고 이제 그 결실을 보기 시작하려는 때에 이를 흡수 합병시켰으니 우리 정보통신 분야의 숙원사업을 잃어버린 것이 됐다.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화된 전공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세운 대학교를 잃은 것은 미래의 한 부분을 잃은 것이다.

 셋째는 정보통신기술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IPTV와 같은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IPTV 사업을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하고도 정부 인허가 때문에 5년이나 지연돼 시작했다. IPTV가 시작된 지 2년이 안 된 상황에서 이제 가입자가 150만명을 넘어선 것은 생활 속에서 IPTV의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폰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실감할 수 있듯이 우리가 5년 전에 IPTV사업 인허를 미루면서 세계에서 또다시 이 분야에서 1등 국가로 부상할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다.

 몇 년 전 우리의 젊은이들이 사이버 세상의 아바타에 옷을 사 입히고 치장을 하기 위해 현실세계의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에 특집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사이버 세상에나 존재하는 아바타에 돈을 쓰는 경제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였다. 요사이 영화관에서 인기리에 상영되는 영화 ‘아바타’를 보면 그 대사 속에서 “사이버 세상 속에 아바타가 현실이고 실존의 현실세계는 꿈 속에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바타가 현실이고 실존의 세상은 꿈 속에서나 있게 하는 변화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를 일어나게 하기 위해선 지난 10년의 정보통신 분야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교훈삼아 앞으로 10년은 새로운 것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곽수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kwa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