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센트 경제학…‘앱스토어 광풍’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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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애플 앱스토어 △나이:18개월 △앱 등록 수:약 11만개 △앱 다운로드 수:20억여회

‘앱스토어(App Store)’가 폭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가상의 장터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막대한 자본금, 복잡한 유통망도 필요 없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누구라도 대박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부푼 꿈에 전세계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앞다퉈 몰려든다. 99센트만 주면 생활에 날개를 달아주는 알짜배기 애플리케이션에 남녀노소가 내려받기 버튼을 터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앱 군단이 신 기술 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태계를 바꾸다=애플은 보통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는 데 타고난 능력이 있다. 회사명인 ‘애플’도 그렇고 응용 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도 마치 자신의 전유물인 듯 차지해버렸다. 남다른 비법이 있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PC의 전형을 깬 맥킨토시, 감각적 터치와 온라인 음악장터 아이튠스를 연계한 아이팟, 앱스토어 혁명을 이끌어 낸 아이폰 등. 이들 모두는 기존에 있던 것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접근,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 FT의 기술 전문기자 조셉 멘은 아이폰과 앱스토어 성공 비결에 대해 “부자의 물건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넘겨 준 로빈 훗처럼 스티브 잡스가 이통사가 장악했던 휴대폰 시장의 힘을 뺏아 넘쳐나는 독립 개발자들에게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빈익빈, 부익부(?)= 앱스토어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발자들에게는 너무 매혹적인 시장이지만 2000년 광풍 같이 떠올랐다 사그라든 ‘닷컴 버블’처럼 성공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앱스토어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은 극히 소수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약 11만개의 애플리케이션중에 상위 1%만이 사용자들에게 다운로드 돼 유의미한 수익을 거둔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앱스토어에 등록한 뒤 단숨에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를 벌어들인 ‘트리즘’이나 ‘라이브 캠’ 같은 경우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초기에 진입해 대형 개발사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앱스토어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은 모바일게임 제임댓(Jamdat)과 소셜게임 플레이피시(Playfish), 징가(Zynga) 등은 모두 규모와 전문성, 마케팅 노하우를 갖춘 전문 기업들의 것이다. 제임댓과 플레이피시의 경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대형 게임사 EA에 각각 6억8000만달러와 3억달러에 팔려나갔다. 그 사이 새로운 질서가 생겨났다는 얘기다.

◇양보다 질의 싸움=애플 앱스토어는 내년에 큰 도전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애플에 반기를 든 안드로이드 진영이 또다른 앱스토어를 띄우기 때문. 안드로이드폰이 본궤도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2만여건의 앱이 개발돼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속도라면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의 10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가는 데는 18개월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앱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체제가 된 만큼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고객들과 직접 호흡할 수 있는 툴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익성을 제고할 방안도 생각해둬야한다. 처음엔 데모 형태로 공짜로 뿌린 다음, 이후에 후속 버전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애플 앱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는 데는 비용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훨씬 투자가 적게 들 것”이라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