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16)애플의 TV사업 진출

애플의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방송)`사업 진출이 임박한 것 같다.월스트리트저널,비즈니스위크 등 미국 유력 언론매체들은 애플이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방송)`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CBS, 디즈니(ABC) 등 방송사들과 협상 중이라며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애플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방송사업자들과 다각도로 접촉 중이라는 소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애플이 방송 사업에 진출한다면 파장이 굉장히 클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케이블TV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란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애플의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사업 진출설

애플의 온라인 비디오(TV)사업 진출설은 올 여름부터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퍼 제프리의 한 애널리스트가 애플이 TV사업에 새롭게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으며, 지난 11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월정액 30달러의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아이튠즈를 통해 내년초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월가의 분석가들도 애플의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사업 진출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며 케이블TV사업자들이 긴장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애플이 온라인 비디오 사업에 진출한다면 이미 송출된 방송 콘텐츠를 `에피소드` 단위로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방송사업자들과 제휴해 실시간에 가까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근 보도 내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애플이 직접 자사 브랜드의 TV까지 내놓을 것이란 전망까지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 서비스되고 있나?

물론 현재도 애플은 `애플TV`라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애플TV`는 애플의 온라인 콘텐츠 구매사이트인 `아이튠즈`에서 영화나 TV프로그램을 구입해 집에 있는 TV를 통해 시청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일종의 셋톱박스인 `애플TV`를 2백29 달러에 구입해야 한다. 당연히 TV모니터는 따로 있어야 한다. `애플TV` 사용자들은 아이튠즈를 통해 구입한 방송 콘텐츠를 TV모니터로 시청하고 있으나, 케이블TV 가입자들처럼 매월 일정액을 내고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애플이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방송사들과 제휴해 내놓는다면 `아이튠즈`에서 프로그램을 받아 `애플TV` 또는 `애플TV` 업그레이드 제품을 통해 시청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아이튠즈에는 현재 5만개 정도의 TV 에피소드가 편당 99센트에서 2.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폭스의 TV시리즈의 경우 패키지 형태로 4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아이튠즈와 애플TV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무조건 방송콘텐츠를 `에피소드` 단위로 구입해야 한다는 데 있다. 가령 비디오 대여점처럼 잠깐 빌려보는게 불가능하다. 아이튠즈 이용자 입장에선 방송 콘텐츠를 구입하든지 말든지 두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아이튠즈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구입할 경우 콘텐츠의 저장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HD급 TV시리즈 몇편을 `아이튠즈`에서 다운로드 받으려면 많게는 수십 GB의 저장공간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애플의 `애플TV` 띄우기 전략에도 불구하고 `애플TV`는 여전히 대중성이 떨어진다. 아직은 애플 애호가들만의 기호품에 머물러 있는 단계다.

#애플의 진입 전략.

만일 애플이 월정액 기반의 온라인비디오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위에 열거한 문제점들 가운데 일부는 해결될 것이다. 에피소드 단위로 매번 방송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30달러 정도만 내고,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실시간 개념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방송 프로그램을 케이블망을 거치지않고(바이패스) 바로 받아볼 수 있기때문에 가입자들이 편리하게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볼 수 있다.`애플TV`도 덩달아 판매가 늘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의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진출 전략은 꼭 보고 싶은 채널만 선택해서 보는 ‘채널 선택형 상품(아 라 카르떼 방식)`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매월 50달러 정도 를 내고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채널도 패키지 상품으로 가입해 봐야한다는 불편을 하소연하고 있다. 만일 애플이 가입자 기반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장르 또는 채널만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아 라 카르테`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CBS,디즈니와 협상을 벌이는 것도 이러한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채널 중심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구매해 공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금 애플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디즈니의 CEO인 밥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고,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의 개인 대주주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또한 아이튠즈에 처음으로 방송 콘텐츠를 공급한 방송사다. 일을 낼 가능성과 조건은 충분하다. 애플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프로그램 공급사(PP)인 방송사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플은 자신의 방송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방송사들에게 가입자당 매월 2~4달러를 지불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차피 방송사(PP)들도 디지털 방송 환경에 맞게 방송을 송출할수 있는 플랫폼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애플의 온라인 비디오 사업 진출이 케이블TV사업자(MSO)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같은 방송 환경 변화에 대비해 대응전략을 짜놓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타임워너,컴캐스트 등 케이블 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소위 `TV 에브리웨어(everywhere)` 전략이다. `TV에브리웨어`란 케이블망,전화망,인터넷망 등 전송매체를 불문하고 유료 가입자들에게 케이블방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케이블 MSO인 컴캐스트는 현재 이 서비스를 위해 컴캐스트 고객에 대한 인증시스템을 구축,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타임워너 계열의 터너 케이블네트웍스,CBS,AMC,BBC아메리카,홀마크 채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 브랜드 TV 출시 가능성은?

애플의 가입자 기반 비디오 사업 진출이 결국은 애플 브랜드의 TV 출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정보기기와 마찬가지로 TV 역시 외주생산체제인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ystem)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비지오(Vizio)` 같은 TV업체는 생산 자체를 외부에 맡기고 브랜드 사업만 하고 있다. 조만간 소니의 LCD자회사인 소니 바하캘리포니아를 인수할 예정인 대만의 홍하이는 현재 애플에 아이팟과 아이폰을 EMS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EMS 협력업체인 홍하이로부터 LCD TV를 조달받아 TV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애플이 TV산업에 진입한다면`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그동안 제로섬 게임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았으나,TV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TV시장이 플러스섬 게임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애플의 TV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은 소매 판매망인 `애플 리테일 스토어`라는 전국적인 매장을 북미지역에서 갖고 있다. 최근 도산한 `서킷 시티`를 제외하면 북미 유통 채널 가운데 3위를 차지한다. 이 유통망을 통해 애플 브랜드의 TV를 내놓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그동안 다른 사업자들의 허를 찌르는 청의적인 사업전략으로 기존 사업자를 궁지에 몰아놓곤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팟,아이폰 등 혁신적인 제품들이다. 애플이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사업에 진출하면서 또 한번 전자산업의 지형도를 크게 바꿔놓을지 세계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