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표준화-접근성, 어느 장단에?

 정부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 중인 웹 표준화 사업과 웹 접근성 개선 사업의 솔루션 구축 기준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홈페이지를 웹 표준에 맞게 개선했다가 웹 접근성 문제로 이를 재구축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에 따라 오는 2013년부터 민간기업도 웹 접근성 개선 대상에 포함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기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웹 표준화 및 장애인 접근성 강화 검사 기준’ 중 홈페이지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외 파이어 폭스 등 멀티 브라우저로 구동케 한다는 웹 표준 진단 기준은 어도비의 플래시 플랫폼 이용을 허락하지만, 장애인도 인터넷에 원활하게 접속게 하려는 웹 접근성 준수 진단 기준에는 플래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행안부는 전자정부 웹 호환성 준수지침에 근거해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웹 표준에 맞게 개선하라고 권고했으며 장차법을 이유로 지자체의 웹 접근성 강화도 요청했으나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없어 사업 실행기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어도비의 플래시 플랫폼이 홈페이지 디자인을 미려하게 바꿀 수 있고 웹 표준도 준수하고 있어 홈페이지 개선 사업 때 (플래시를) 적극 썼으나, 홈페이지 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 웹 접근성을 침해해 뒤늦게 사이트를 전면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민간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W전문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은 한국을 보안환경에 취약하게 만든 MS의 액티브X를 배제하자는 여론에 맞춰 이미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웹 브라우저 호환성을 개선하는 등 웹 표준 준수에 나섰다”면서 “그러나 장차법에 따라 플래시 플랫폼을 들어내거나 대규모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웹 표준과 웹 접근성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웹표준 진단도구가 세계 표준인 W3C 밸리데이터를 국내 실정에 맞춰 만든 만큼 이번 문제는 한국에 국한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검토중으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