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불린 `구글`…멀어진 `개방·공유`

‘열린 인터넷 세상의 선구자가 될 것인가?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될 것인가?’

구글의 최근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터넷 검색 광고시장에서 거머쥔 영향력과 150억달러에 육박하는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 많은 기업들을 집어삼키면서 거대 IT 공룡의 모습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1998년 창업해 기반을 다지고 2001년부터 인수합병에 나선 구글은 지난 4일 인수한 애프젯까지 합치면 총 59개의 기업의 주인이 됐다. 올해만 6개, 지난 2007년에는 한 해동안 16개의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구글은 도대체 왜 이 많은 기업들을 사들이는 걸까.

◇구글은 곧 생활=지금까지 사들인 기업을 바탕으로 구글이 구현하는 서비스만해도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키기에는 충분하다. ‘구글 닷컴’에 접속해 전세계 언론사와 블로거들이 올린 실시간 뉴스와 정보들을 공짜로 읽는다. ‘유튜브’ ‘플리커’ 등을 통해 동영상·할리우드 영화·사진·팝 음악 등 최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골라가며 즐긴다. ‘구글 웨이브’를 통해 친구들과 실시간 대화하고 지식 정보를 공유한다.

 ‘구글 어스’와 ‘구글 맵스’를 통해 지구촌 어디에 있든 주위의 맛집과 날씨, 문화시설과 교통상황, 부동산 정보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곧 추가될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갖추면 운전중 안전성을 높이고 노인이나 유아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도서관 ‘구글 북스’와 온라인 서점 ‘구글 에디션스’를 이용하면 구석기 시대에서부터 현재 개발되고 있는 모든 문명의 정보를 내 PC에서 손쉽게 검색하고 출력하고 가공할 수 있다.

◇유·무선 통합 전략=2010년은 앞서 언급한 구글의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로 옮겨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스마트폰용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가 확산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구글이 곧 출시할 개방형 PC용 OS ‘크롬’이 ‘안드로이드’와 결합하면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PC 기반의 모든 작업이 모바일에서도 그대로 구현되고, 공짜의 ‘구글 보이스(VoIP)’까지 추가된다면 이용자들은 구글의 서비스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말 그대로 ‘유비쿼터스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은 이 서비스들의 길목길목마다 인터넷 검색 광고의 예처럼 새로운 광고 기술을 숨겨 놓고 막대한 수익을 야금야금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검색 엔진 기술 업그레이드와 광고 신기술 개발에 무엇보다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토 확장, 종착역은 어디에=구글은 또다른 포식자가 될 것인가. MS가 PC시장에서 보여줬던 독점력과는 다른 양태지만, 구글의 일련의 행보는 생태계를 장악하는 포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구글의 정보 독점력. 현재 개발중인 ‘개인화’ 기술이 완료되면 구글은 전세계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뿐만 아니라 취향까지 손바닥안처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미 반(反) 구글 움직임은 가시화됐다. 전세계 출판계와 언론계는 공짜로 서적과 뉴스를 제공하려는 구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반독점 규제 당국인 OFT 담당자의 말을 빌어 “구글은 또다른 독점 기업의 한 이름”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엔델리 그룹의 롭 엔델리 분석가는 “구글의 웨이브만 보더라도 이른 시일내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제치고 소셜네트워킹의 선두자리에 오를 것”이라면서 “이제 구글의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네임을 뛰어넘는 기업은 좀처럼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의 행보가 개방과 공유를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평가다.

정지연·이성현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