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와이브로 반대론자들의 시계추

[ET칼럼] 와이브로 반대론자들의 시계추

 요즘 들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롱텀에벌루션(LTE) 대세론이 솔솔 흘러나온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4세대(G) 이동통신 기술로 LTE 진영이 대세론에 더욱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들이 앞장섰다.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들은 이미 기지국 등 장비 개발을 마치고 국가별 세 결집에 나섰다. 국내 통신사업자들도 나서고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심지어 와이브로 주창자인 KT 일각까지 거들고 있다. 정책기관도 불가피론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세계 모든 통신사업자가 LTE로 기울고 있으며, 기술적 계보의 흐름상 LTE로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4G는 결국 LTE가 90%가량의 시장을 점유하고 10%만이 와이맥스(와이브로) 진영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여년 전 TDX(전전자식) 교환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때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시 학계와 연구계, 업계는 TDX 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2G시장에서 절대적 강자인 GSM을 제쳐놓고 CDMA를 선택한 것에 대한 반발 역시 거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TDX·CDMA 신화의 주역을 자처하는 사람만 해도 100여명이 넘는다. TDX·CDMA의 반대론을 설파하던 인사들까지 신화 속 주인공을 자처할 정도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LTE는 아직 상용화 이전의 기술이다. 지난해 표준에 합의했을 뿐 주파수 정책도 완료되지 않는 등 세계 각국의 법·제도도 정비돼 있지 않다. 세계 각국이 미래의 기술 중 하나로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와이브로에 비해 한참 늦은 기술이다. 와이브로는 상용화돼 이미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통신인프라 구축이 활발한 해외 개발도상국가에서 오히려 유무선 통합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그렇다. LTE는 속도나 트래픽에서 아직 와이브로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일부 국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서비스하고 있지만 상용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도 감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아이폰’의 폭발적 인기를 와이브로의 가능성과 동일시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에 최적화시킨 단말기만으로 초고속휴대인터넷 와이브로에 대한 갈증을 웅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이브로 반대론자들의 배경을 의심해볼 만하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와이브로를 반대함으로써 얻는 이득 때문이다. 정책기관은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기를 원하며, 사업자는 현 구도를 오래 가져가면서 수익만을 챙기고 싶어한다.

 4G시장 선점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 간 이해관계와 패권 다툼도 깊숙이 개입됐다. 와이브로나 LTE는 궁극적으로 같은 기술 기반이다. 결국 하나로 만날 기술이지만, 유리한 고지 선점전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LTE로 갈 경우 4G 통신장비 및 시스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앞날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술특허와 기술력이 해외 다국적기업의 소유인 까닭이다. 와이브로 반대론자들의 사상을 의심해볼 만하다. 그들의 시계추가 20여년 전 과거의 그때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동통신시스템 기술이 없는 한 휴대폰 일등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휴대폰이 없는 이동통신 강국도 없음은 물론이다.

  <정보통신 담당 박승정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