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진화…설 땅 좁아지는 ‘내비게이션’

휴대폰과 휴대폰에 내장되는 애플리케이션이 날로 발전하면서 내비게이션이 설 땅을 잃고 있다.

AP는 휴대폰이 위성항법장치(GPS)를 내장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기능이 다양해진 가운데 구글과 버라이즌 등 대형 업체들이 한층 사용이 편리해진 지도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무료 혹은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면서 내비게이션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구글은 종전의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로 음성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휴대폰용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기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문자만으로 정보를 제공, 불편함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AT&T와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스프린트넥스텔 등 통신사업자들 또한 기존 내비게이션에서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의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을 무제한 데이터 수신요금제 안에 포함시켜 월 9.99달러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같은 인터넷·통신 업계의 내비게이션 시장 영역침범으로 인해 내비게이션의 가격은 지난 해보다 25% 이상 하락하며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화면이 기존 휴대폰에 비해 2∼3배 이상 커진 점도 내비게이션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같은 변화에 주식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구글의 내비게이션 음성안내 애플리케이션 무료 제공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내비게이션 전문업체인 가민과 톰톰의 주가는 두자리 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내비게이션 시장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중무장한 휴대폰이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내비게이션이 단독기기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스마트폰에 호락호락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는 전통적인 내비게이션 업계의 반격도 눈에 띈다.

고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무선통신 기술이 더해져 실시간 교통데이터를 자동수신할 수 있는 솔루션이 탑재되거나 날씨나 맛집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기능상의 변화가 거듭되고 있다. 또 가민의 경우처럼 AT&T와 협력해 내비게이션과 휴대폰을 복합한 ‘누비폰’을 출시하거나 역으로 스마트폰용으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별도 개발해 99달러에 스마트폰과 결합해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테드 가트너 가민 대변인은 “지도를 스마트폰이나 아이팟 터치 등 기기안에 넣을 수 있다고 내비게이션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내비게이션에 충실한 기기는 사용자들이 더 이용하기 쉬울 뿐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