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감시, 앞으론 ‘로봇’이 맡는다

재난감시, 앞으론 ‘로봇’이 맡는다

위험한 현장도 문제없는 비행로봇·무인비행기 맹활약 전망

화재·지진·해일 같은 재난이 일어나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재난관리는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로 이루어진다. 재난관리 4단계 중 특히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응하는 시간이 더디면 더딜수록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재난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필수다. 재난관리 전문가가 직접 눈으로 현장 상황을 본다면, 그 상황에 걸맞은 대책을 세우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런데 재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난관리 전문가가 현장에 있지 않는 한 재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 전문가가 현장에 있다 해도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난 현장을 확인하려고 접근하는 것도 무모한 짓이다. 또 다른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게다가 재난이 일어나면 육상교통이 두절돼 현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앞으론 재난관리 전문가가 멀리서도 재난 현장을 확인하면서 그 상황에 적합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로봇이나 무인비행기(UAV)가 속속 등장하고 있거나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무인비행기와 로봇은 주로 전쟁터에서 군인 대신 위험한 임무를 맡길 목적으로 개발돼왔다. 미국은 실제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무인비행기를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일찍 군사용 무인비행기를 실용화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군사용 무인비행기를 개발 중이다.

로봇 쪽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개발된 지뢰제거 로봇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으며, 터미네이터처럼 무시무시한 전투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등도 지뢰 및 폭발물 탐지·제거용 로봇, 전투용 로봇 등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무인비행기와 로봇도 군사용 로봇과 같은 용도다. 탑재되는 장비에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임무를 떠맡는 것은 다르지 않다. 다만 군사용에 비해 수요가 크지 않기에 개발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론 재난 현장에서 맹활약하는 무인비행기와 로봇을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세계 여러 나라가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에선 올해 한 민간 기업이 재난감시용 무인비행기를 선보였고, 다른 기업은 비행로봇을 자연재해 감시용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소방서에선 이미 소방관 대신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구조로봇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재난 현장에서 쓸 목적으로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NEC는 재난감시용 무인비행기를 올 6월5일 출시했다. 소형 카메라와 센서, 통신장치를 탑재한 이 무인비행기는 산불·지진·해일 등 재난이 일어났을 때 현장 위를 날면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다. 땅 위에선 무인비행기를 원격 조종하며 무인비행기가 보내오는 영상과 데이터 등의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자동비행도 가능하다.

NEC는 이 무인비행기에 대해 “관공서, 지방자치단체, 기업, 연구기관 등을 겨냥해 이 무인비행기를 출시했다”면서 “특히 재난 직후 교통이 끊긴 경우에 초기정보를 수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무게가 약 5㎏에 불과한 이 무인비행기의 최대속도는 시속 110㎞(최저속도 시속 40㎞), 비행시간은 약 20분이다. 세금을 뺀 기본사양 가격이 2000만엔(약 2억6000만원)에 달하지만 NEC 쪽은 앞으로 5년간 60대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비행로봇을 개발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연)과 현대로템은 지난 7월17일 소형비행로봇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직 개발이 덜 끝나서 재난 현장에서 이 국산 비행로봇을 보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미국 일본 등 비행로봇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이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어서 비행 안정성 확보와 비행시간을 늘리는 일 등 실용화를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이 비행로봇은 너비 30㎝, 무게는 800g에 불과한 초경량이란 장점이 있다. 덩치 큰 무인비행기나 비행로봇보다 쓰임새가 다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기연 쪽은 주로 위험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용으로 이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화재와 홍수 같은 재난 현장의 상황 파악, 전력선 및 교량 검사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