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콘텐츠 정품 구매, 불법 다운로더가 더 적극

 영국에서 음악을 불법으로 내려받는 사람들이 저작권법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온라인 콘텐츠를 더 많이 구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불법 다운로더들은 낮은 가격의 합법 콘텐츠에 비용을 지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도록 콘텐츠 가격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데모스(DEMOS)가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악을 공짜로 불법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이 정품 음악 콘텐츠를 구입하는 데 연간 77파운드(약 14만9000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불법 다운로드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음악 구입비용은 44파운드(약 8만5000원)에 그쳤다. 불법 다운로더들이 연간 33파운드(약 6만4000원)를 더 쓴 셈이다. 이들이 영국 음악 산업 매출에 연간 2억파운드(약 3900억원)를 기여한다.

 불법 다운로드하는 사람의 80% 이상은 CD나 레코드, MP3 등을 합법적으로 구매했다. 이들은 값싼 음악 서비스가 있다면 불법 서비스 접속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MP3를 구매할 의사를 밝힌 그룹이 제시한 최적의 가격은 음악 하나에 45펜스(약 900원) 정도다. 영국에서 음악은 한 곡당 59∼99펜스다.

 이 같은 결과는 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불법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경고를 한 와중에 나온 것으로 주목됐다. 의회가 이달 말 발표할 ‘디지털경제법안(The digital economy bill)’은 불법 파일 공유를 막기 위한 강력한 방침을 담았다.

 조사자 피터 브래드웰은 “정치가와 음반 회사들은 음악 소비 형태가 변화하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낮은 가격에 접속하기 편한 음악 서비스가 나온다면 불법 공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조사는 불법 파일 공유자들을 없애버리려는 정부의 방침이 음악계를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