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IP 쓰나미에 유연하게 살아남기

[미래포럼] IP 쓰나미에 유연하게 살아남기

최근 사모아섬과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일어나 큰 피해를 끼쳤다.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물이 쓸고 간 자리에 온전한 것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을 만큼 파괴력이 큰 해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해운대’라는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다. 대마도의 지진으로 해일이 일어나 해운대가 큰 피해를 본다는 상황이 설정돼 우리가 잘 아는 곳을 배경으로 해일의 파괴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 나게 보여 주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IP(Internet Protocol)기술이 확산되면서 큰 해일이 일고 있다.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시켜 단순한 부호로 만든 후에 이를 전 세계로 전달시키는 IP기술은 그 단순성과 공개성을 무기로 기존 산업 질서를 붕괴시키고 있다. 생산과 유통을 엄청나게 효율화시켜 가격을 낮추고 소비를 확대시켜 소비효용을 높이고 있다.

 맨 처음 이 물결은 PC 산업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안정됐던 메인프레임 관련 산업 환경이 급변해 주요 메인프레임 기업이던 IBM은 컴퓨터 서비스 업체로 변신했다. 다음에는 통신분야에 디지털 및 IP기술이 확산되면서 안정됐던 기업환경이 무너져 경쟁이 심화됐으며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KT는 전화서비스 외에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정보통신서비스 업체로 변화했다. 무선통신, 인터넷 등에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 통신 분야가 어디까지 변화될지 흥미롭다. 다음에는 방송분야가 IP기술의 확산에 따른 변혁을 겪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방송분야 규제완화 논의를 보면 과거 통신분야에서의 규제완화 논의를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IP 물결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며 결국 경쟁이 심화되고 가격 인하와 서비스 확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느낀다.

 다음에는 지식산업 전반에 IP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다. 신문은 물론이고 교육·의료·행정·은행·변호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관련 정보를 싸고 쉽게 얻으면서 신문사, 학교, 병원, 은행, 행정기관 등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고 있다. 일반 독자가 기자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학생이 선생님보다 지식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환자가 의사보다 의학지식을 더 많이 가질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결국 가격이 하락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에 맞추어 산업구조가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IP 물결이 쓸고 간 자리에 남는 산업의 모습은 어떨까. 아주 고품질의 서비스를 아주 값싸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소비자에게는 커다란 축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관련 산업은 인력과 시설을 변화시켜야 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요구될 것이다. 정보의 창조·유통과 이용 과정에서 정보유통과정이 효율화되면서 정보의 창조와 이용 분야에 산업의 중심이 주어질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의 고려사항에는 문화 정체성이나 소비자 안전 등 다양한 면이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소비효용의 증대, 이에 따른 경쟁 여건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김원식 정보통신기술협회장/wskimmic@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