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정책자금 `재무평가` 없앤다

 정부가 연 3조원대인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사업 평가 기준에서 재무 평가를 없앤다. 그 대신에 100% 기술과 사업성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담보 물건이나 자본금이 적어 번번이 정책자금 심사에서 탈락한 기술 벤처기업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됐다.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은 20일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거쳐 지원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수혜기업 선정 시 재무평가가 사실상 점수를 좌우해 기술력 있는 기업이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며 “이르면 이달 기술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한 정책자금 지원 평가기준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청은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가동, 개선안 뼈대를 거의 완성했다. 그동안 20%의 배점을 차지한 재무평가를 아예 없애고, 기술과 사업성만 평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문환 중기청 기업금융과장은 “담보력이 있고, 재정이 튼튼한 기업은 굳이 정책자금을 받지 않더라도 일반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재무평가는 따로 점수로 반영하지 않고 일정 수준만 충족하면 모두 통과하고 나머지는 100% 기술과 사업성만 평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술력을 갖춘 IT 벤처기업이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김 과장은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 가운데 전기·전자·통신 등 IT기업 비중은 작년 12%에서 올해는 15%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술과 사업성 위주로 평가기준이 바뀌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췄으나 제조업과 달리 시설이나 공장 담보물이 거의 없는 소프트웨어, 인터넷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연간 3조여원 규모다.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5조8000억원까지 증액됐다. 내년에는 3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시설자금 투자는 최대 5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기술기업이 연구개발(R&D)한 기술을 상용화할 때 유용하게 이용된다. 정책자금 대출금리는 연 3%대로 시중은행보다 절반 가까이 낮아 중소기업의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에는 두 달 만에 당초 연간 예산 4조3000억원이 모두 소진돼 추가경정예산에서 1조5000억원을 새로 반영하기도 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