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불법 파일 공유자 네트워크 차단 방침 ‘논란’

 영국 정부가 불법 파일 공유를 막기 위해 파일공유자의 인터넷 계정 차단방침을 세운 가운데 영국의 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정부의 강력 대응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ISP는 실제 실험을 통해 정부 방침의 모순을 입증해 보였다.

 19일 BBC는 영국 최대 ISP인 토크토크(Talk Talk)가 불법 파일 공유자의 인터넷 계정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무고한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토크토크는 영국 미들섹스 스탠모어의 한 거리 실험을 통해 건물 외부에서 신호가 잡히는 전체 액세스포인트(AP)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3개의 AP가 개방돼 있으며, 이들 AP를 이용해 최신 음악파일을 불법 다운로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런던 서부에서는 1083개의 AP 중 41%가 무방비로 개방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운로더들이 다른 사람의 네트워크로 침입해 불법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무고한 사람들이 자신의 네트워크가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것을 모른 채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달 로드 맨델슨 영국 비즈니스혁신기술부 장관은 디지털 저작권 침해자들을 제재하겠다며 인터넷 계정 차단 방침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의 방침이 알려진 후 토크토크와 BT 등 대형 ISP들은 “정부 조치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 조치가 기업의 비용을 상승과 인터넷 이용에 불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ISP들은 네트워크를 감시하는 것은 그들의 임무가 아니라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토크토크의 앤드류 헤니 전략 및 규제 담당 이사는 “맨델슨 계획은 너무 단순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잘못된 규제”라며 “와이파이 해킹이 널리 퍼져있는 와중에 결백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모순을 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영국음반산업협회(BPI)는 정부의 계획이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BPI에 따르면 영국에 600만명의 불법 파일 공유자들이 있고 이로 인해 음악산업이 연 2억파운드(약 3920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악산업계는 “강력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로비를 해왔다.

 이처럼 이해당사자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맨델슨 계획은 오는 11월 여왕의 연설 직후에 확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