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소비자원 조치 `수용할 수 없다`

 자동사냥(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압류된 리니지 이용자의 계정을 돌려주고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한국소비자원의 결정에 대해 엔씨소프트가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11일 엔씨소프트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이번 결정은 게임 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며 “소비자원의 결정을 수용하게 되면 지금까지 엔씨소프트뿐 아니라 전체 게임 업계가 함께 한 오토 프로그램 근절 노력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지난 6일 엔씨소프트가 오토 프로그램 사용을 이유로 압류한 리니지 이용자 계정 1707개 중 일부인 753개를 돌려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원은 오토 프로그램 사용이 명확하더라도 한 차례의 적발로 계정을 압류하는 조치는 가혹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아울러 부당하게 영구제한된 계정 38개에 대해 위자료 약 2000만 원을 지급라하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 고위 관계자는 “수백 명 오토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해준다면 수십만 명의 선량한 이용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오토 사용 증거를 보다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임과 함께 현재와 같은 계정 압류 조치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의 결정은 지난 2월 리니지 이용자들이 신청한 집단분쟁절차의 결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소비자원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후 15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엔씨소프트의 수용 불가 방침이 변함 없고 집단분쟁절차를 밟은 리니지 이용자들 역시 계정 반환을 계속 요구한다면 이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져야 한다.

소비자원의 결정에 대해 게임 업계는 물론 대다수의 게임 이용자들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소비자원의 결정이 자칫 오토 프로그램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체 사장은 “소비자원 결정이 오토 사용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대해석될까 우려된다”며 “엔씨소프트의 대응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오토 프로그램 제작 및 판매는 물론 사용까지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이번 회기에 국회를 통과한다면 리니지 계정 압류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용어설명> 오토 프로그램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 속 캐릭터가 사냥이나 채집 등을 자동으로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방식뿐 아니라 보다 정교한 하드웨어 제품도 나와 있다. 오토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마우스나 키보드를 조작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손쉽게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모은다. 정상적인 게임 이용자를 방해할 뿐 아니라 불법 유통되는 게임머니의 원천으로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