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新 인터넷] (1-4·끝)­이자벨 팔크 피에로탱 프랑스 FDI 회장

[2009 新 인터넷] (1-4·끝)­이자벨 팔크 피에로탱 프랑스 FDI 회장

 “정부 규제나 민간 자율 규제, 이 중 하나만으로는 인터넷이 바르게 기능할 수 없습니다. 개별적·수직적 규제가 아닌 수평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협치(co-regulation) 모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프랑스의 인터넷 협치기구인 인터넷법제포럼 FDI(Forum des Droit sur L’internet)의 이사벨 팔크 피에로탱 회장은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이용자·기업·정부 등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장의 마련을 꼽았다. FSM이라는 순수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인터넷 규제를 실행하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정부와 민간기구의 중간적 성격을 띤 공적기구 FDI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1년 설립된 FDI에는 정부 위원은 물론이고 AFA라는 민간 자율기구, 이용자와 시민단체까지 참여해 프랑스 인터넷 법·사회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구심체 역할을 한다. 참여하는 단체가 70여개나 되고 참여인력만도 300여명에 이른다. 인터넷에 대한 문제와 해결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하고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협치의 전형적인 모델인 셈이다.

 팔크 피에로탱 회장은 협치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FDI는 재정의 80% 이상을 국고에 의지하지만 정부도 회원의 일부로 참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독립성은 FDI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효율적인 공동 규제를 집행할 수 있는 힘을 보태준다. 이를 위해 각 층의 의견을 모으는 장을 마련하는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인터넷상의 아동 포르노 차단 관련 문제 해결이 가장 좋은 예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10년 동안 이 문제를 두고 갈등만 빚어 오다 FDI에서 워킹그룹을 꾸린 지 몇 개월 만인 올 상반기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 합의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반영했기 때문에 그 어떤 법보다 튼튼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FDI는 입법 활동 등 공적 규제에도 나선다. 기구 설립 이후 31개의 관련 입법·규제에 권고안을 제출했고, 이 중 일부는 입법에도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했지만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7개월 정도로 법안 통과 기간인 2년에 절반도 못미쳤다고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거는 역할도 FDI의 몫이다. 현 사르코지 정부가 인터넷 접속 시 전자ID를 의무화하자는 입법을 추진하려 하자 이를 ‘균형잡히지 않은 접근’이라고 권고해 중단시킨 적이 있다.

 팔크 피에로탱 회장은 한국에서 자율규제가 올바르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협치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것도 하나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FDI와 같은 중립적인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랑스도 하향식 규제와 관료주의가 강해 초기에는 협치모델을 인식시키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인터넷은 생태계인데 이를 정부가 통제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협치 흐름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는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기보다는 지금의 법적 권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시키고,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는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역할이 정부에 주어졌음을 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