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아이폰이 온다] (중)들썩이는 산업계

 아이폰이 몰고 올 바람에 국내 모바일 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이폰에 대한 그동안의 관심은 출시 시기에 집중돼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파장은 보조금·출시 대수·AS 문제 등 개별적인 사안으로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통사, 휴대폰 제조업체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외에도 모바일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업계들의 움직임도 다양하다. 특히 기업별로 아이폰 출시 이후의 손익 계산도 큰 차이를 보이면서 벌써 부터 이해 득실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해 지고 있다.

◇150만대와 40만원= 아이폰 출시 시기에 대한 전망이 ‘연내’와 ‘내년 초’로 엇갈리면서 1년 넘게 끌어온 아이폰 등장은 다시 정확한 시기를 못박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KT나 SK텔레콤을 통해 출시가 된다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국내 판매 대수와 보조금 문제로 좁혀졌다. 판매 대수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변동 폭이 있겠지만 스마트폰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실정상 폭발적인 수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모바일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아이폰 수요를 2011년까지 2년간 최소 75만에서 최대 100만대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애플의 글로벌 공급 물량을 기준으로 볼 때 앞으로 2년간 KT에는 50만대, SKT는 100만대 가량을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개 이통사가 이 중 50% 수준(75만대)의 판매를 보장하는 조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수에 비해 관심의 집중도는 보조금 문제에 더 집중돼 있다. 정치권의 입김까지 있다는 후문이다.

KT와 SKT가 아이폰 구매자에게 지급할 1인당 보조금은 판매 금액의 절반 수준인 약 40만원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금 규모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걸쳐 아이폰 전용 요금제를 적용, 구매 고객의 부담금을 199∼299달러(24만∼36만원)으로 못박고 있는 애플의 정책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애플의 입장이 단호해서 현재 대략 정해진 보조금 문제는 크게 변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이폰의 국내 출시에 쫓긴 KT나 SKT 입장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름 깊은 KT= KT는 지난 1년여 동안 관련업계의 견제로 아이폰 출시가 3∼4차례 미뤄지는 등 아이폰 하나로 힘겨운 길을 걸었다. 또한 국내 단말기 업체들과의 관계에서도 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KT는 이제 아이폰 카드를 내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관건은 KT가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에 얻는 이득이다. KT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로 데이터서비스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애플 글로벌 정책에 맞춰 애플 앱스토어는 미국 본사에서 직접 서비스하게 된다. KT나 SKT가 최근에 오픈한 자체 앱스토어는 아이폰 고객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아이폰 배터리 폭발 문제나 교체 등 전반적인 AS 문제와 관련한 소비자 민원은 이통사들이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이 국내 제3의 사업자를 통해 LBS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KT는 음성통신과 데이터통신 요금만 받는 ‘반쪽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애플 본사는 아이폰 판매와 앱스토어 수익을 얻는 동시에 제3의 국내 LBS업체를 통한 소위 황금알을 낳는다는 ‘로열 비즈니스’ 수익까지 얻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둘러싼 다양한 이득에 대한 아직까지 명쾌하게 교통정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난관을 뚫고 아이폰을 들여오는 KT의 앞으로 실익과 명분 찾기를 위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서동규·이동인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