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자국어 도메인으로 인터넷을 주도하라

[ET단상] 자국어 도메인으로 인터넷을 주도하라

 인터넷은 처음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TCP/IP 프로토콜이 도입되고, HTML에 기반을 둔 웹(web)이 개발되면서 오늘날의 인터넷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인터넷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주소다. 초기 인터넷주소는 컴퓨터 주민번호 기능의 ‘211.215.17.8’과 같은 형태의 주소가 사용됐다. 암호 같은 숫자의 나열로 일반인이 이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도메인체계가 등장하며 인터넷은 빠르게 확산됐다. ‘www.netpia.com’과 같은 형태의 영문도메인은 클린턴 행정부가 인터넷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메인 루트를 확보하면서 세계를 주름잡았다. 하지만 비영어권 이용자는 e메일 주소를 영문으로 불러주며 받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한글인터넷주소(자국어인터넷주소)다. 한 사람이 도메인네임을 기억하는 개수는 보통 10∼20개다. 하지만 한글인터넷주소를 기억하는 개수는 놀랍게도 거의 무한대다. 이것이 한글인터넷주소에 숨어 있는 마법 같은 힘이다. 한글인터넷주소는 실명의 기관명, 기업명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일반인이 매우 쉽게 기억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e메일 주소(이판정@넷피아)도 이름만 알면 언제든지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인터넷주소를 주도하는 국가는 전 세계 인터넷을 주도한다. 현재의 인터넷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도메인에 대한 주도권이다. 도메인에 대한 최상위 관리기구인 ICANN은 실질적으로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미국은 도메인 및 도메인에 필요한 루트서버 관리 권한을 가지고 세계 인터넷 시장을 주도했다.

 인터넷주소는 보다 기억하기 쉽고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IP주소에서 영문도메인으로, 영문도메인에서 다국어도메인(한글.kr)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한글.한글’ 형태의 다국어도메인을 도입하기 위해 ICANN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인터넷 사용에 언어 장벽이 존재한다.

 사용자 관점에서 기억하기 쉽고 사용이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인터넷주소체계 중 하나가 자국어인터넷주소다. 무려 95개국의 자국어를 실명 그대로 인터넷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고, 현재 전 세계 14개 국가에 보급했다. 국내에서는 한글인터넷주소로 불리며 한때 일일 사용건수가 2500만건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게 사용됐다. 이를 국가전략적 산업으로 육성, 한국이 자국어인터넷주소의 종주국이 된다면 미래 인터넷을 주도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이 만들어지며, 자국어인터넷주소도 법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전 세계 최초의 일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술적, 산업적, 법·제도적으로 다른 나라를 앞서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미래 인터넷주소를 주도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터넷주소만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관련 법과 제도까지도 주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획기적인 증가로 국가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40년 전 자동차 산업을 미국이 주도했지만, 지금 미국시장에서 가장 선전하는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다. 40년 전 인터넷 산업이 미국 주도로 진행돼 현재 미국이 법·제도적으로 도메인 산업 종주국의 자리를 꿰찼지만, 미래 인터넷 40년은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자국어인터넷주소로 전 세계 인터넷 산업 1위가 될 것이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 pjlee@netpia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