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정책이 성공하는 비결

[리더스포럼] 정책이 성공하는 비결

‘진정한 IT 강국 코리아’라는 기치를 걸고 IT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IT산업이 홀대받는다는 불만에 대한 무마용이건, IT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반가운 일이다. 중요한 건 ‘왜’가 아니라 이러한 정부 정책이 제2의 IT 강국을 건설하는 초석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규모에서 정부의 선도적 역할은 경제·산업·교육·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선도적 정책을 구사해 그간 TDX 개발로 전화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반도체 연구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 초고속망을 조기에 구축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연구와 개발, 그리고 상용화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정부 개입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성공한 사업을 살펴보면 공통된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정부가 입안된 정책을 일관성 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TDX나 반도체 개발 당시 선진국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개발정책을 추진해 왔다. 1998년 ISDN을 포기하고 xDSL로 초고속망을 구축하려고 결정한 이후 해당사업은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인터넷 강국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에 비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심지어는 담당 과장이 바뀔 때마다 변경되는 정책으로 산업이 우왕좌왕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정책의 변경은 산업의 발전 방향에 혼선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정부에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한다. 현재보다 좋은 정책이 발견됐다는 주관적 견해로 정책을 변경하는 것보다 결실을 얻을 때까지 기존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임을 알아야 한다. 산업의 융합으로 IT 기능이 분산된 이 시점에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또 성공한 사업에는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정부의 역할은 특정 사업에 민간이 투자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정책으로 선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업을 추진하고 시장에서 경쟁해 결실을 보는 일은 민간의 몫이었다. 이러한 적절한 역할 분담과 협력이 있었기에 TDX, 반도체, CDMA, 초고속망 등을 기반으로 지금의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 이렇듯 민과 관이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기반 위에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성공의 필수 요건이다.

 물론, 정책이 성공하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민관 전문가들의 애정과 열정이 숨어 있다. CDMA 상용화 과정에서 새우잠을 자면 정책을 추진했던 이들과, 반도체 설계도를 끊임없이 바라보던 연구자들, 그리고 초고속망의 시장 형성에 밤잠을 설치던 사업가들은 정책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충분한 보상은 없었지만 젊음을 불태울 충분한 가치를 발견한 그들은 진정으로 행복한 전문가들임에 틀림이 없다.

 기술과 시장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은 항상 정책적 결정을 강요한다. 와이브로를 차세대 무선 기술로 채택할 것인지 LTE를 선택할 것인지의 고민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의 콘텐츠를 허용함으로써 사회의 건전성과 오락성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하든지 일관성 있게 민관이 협력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의 기술과 시장은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