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아이폰이 온다] (상)파급력 있나 없나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임박해지면서 이통사, 제조사, 콘텐츠, 무선인터넷업계의 입장이 각양각색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KT는 애플에 ‘상당한 특혜’를 제공한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리면서도 출시에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용자와 콘텐츠, 무선인터넷 업계도 환영 일색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 모바일 콘텐츠 등 무선인터넷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바뀔 것이라는 ‘아이폰 메시아론’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출시 환영’에 대한 경쟁사업자들의 반응은 ‘불편함’으로 요약된다. 이통사들은 KT의 ‘아이폰 독주’를 막기 위한 묘수 찾기에 나섰다. 단말기 업계 역시 이달부터 아이폰 출시에 맞춰 대항마를 대거 내놓고 있다. 모바일 산업계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아이폰 출시에 대한 각계의 움직임과 반응, 평가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출시 안갯속으로=방통위가 애플에 위치정보 사업자 자격을 우회 허용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 같던 아이폰 출시 시기가 다시 안갯속이다. 방통위 발표에 이어 지난달 KT가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이르면 이달 중에 선보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달 중은 모르겠고 연내는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는 하루라도 빨리 출시하기 위해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플이 직접 위치정보 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출시를 미룰 것이라는 새로운 소문이 나돌면서 정확한 시기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방통위도 뚜렷한 대답이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이 사업자 등록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확인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등록은 하지 않았다”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애플 본사나 관련된 업무를 국내에서 대행하는 업체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측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애플이 사업자 등록을 추진하는 것인지, 추진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진바 없다. 또한 이로 인해 국내 출시 시기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미뤄지는 것인지 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아이폰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자인 SKT도 출시 일정을 ‘KT가 내놓은 이후’로 잡는 등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애플이 사업자 등록에 나선다고 가정할 경우, 이달 중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등록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정식 출시는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엇갈리는 반응=아이폰 출시를 놓고 모바일 산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 출시를 추진하는 KT나 대다수의 소비자, 스마트폰 관련 연계 사업자들은 긍정적인 반면 KT와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긍정적 입장에 서있는 정부 당국은 아이폰이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가 최근 위치정보 사업자등록을 우회 허용한 것이나 스마트폰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인터넷 업계에서도 빠른 출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정도여서 KT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벌써 부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부분에서 현재까지는 KT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나 스마트폰 관련 업계의 반응은 ‘과열’에 가깝다. 아이폰을 해외에서 구매해 전파인증을 받아 개통한 개인고객들이 벌써 20여명을 넘어섰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아이폰 전도사로 불리는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이 직원들에게 아이폰 제공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위터나 스마트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건에 달하는 아이폰 정보가 공유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사업자에 비해 애플에만 유독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미 표면으로 드러난 사업자 허용 문제 외에도 보조금, 판매대수 보장 등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굴욕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불매운동에 나선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다.

출시 전부터 각계 각층의 뜨거운 반응이 일고 있는 휴대폰 단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급력 측면에서만 보자면 확실하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폰 출시가 앞으로 모바일 산업계의 발전이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기폭제가 될지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판명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동석·이정환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