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2부-4)게임, 음지에서 양지로

 “당신은 자녀와 게임을 함께 해본 적이 있나요?”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부모와 함께 게임을 누리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즐거움을 덜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들과 갈등까지 생겨나기도 한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의 게임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같이 게임을 즐기는 한국 학부모는 68.9%로 독일 93.4%, 일본 82.9%, 미국 85%에 한참 못미친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와 게임을 함께 즐길 때의 긍정적인 효과는 부모가 아이와 같이 운동을 즐기는 효과 못지 않다. 대화의 수단으로,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도구로, 학습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로 얼마든지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게임 이용을 일방적으로 막게 되면 PC방 등 부모 통제가 미치지 않는 다른 곳에서 몰래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맨 처음 술을 접할 때 부모로부터 주도를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해외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보편화됐다. 게임의 긍정·부정의 측면을 같이 살펴보고 올바른 이용법을 가정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일본 도쿄에서 만난 게이머인 카미야(38)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게임을 접한 사례다. 그는 “부모가 볼 수 없는 곳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며 “(나 역시) 아이의 판단력이 제대로 설 때까지 단계를 밟아 게임을 하도록 지도하겠다”는 철학을 밝혔다. 게임을 직접 해본 만큼 누구보다 게임을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체밧 옐리 크라이텍 CEO는 가족과 게임을 즐기기 위해 닌텐도 위(Wii)를 구매했다. “조카와 게임을 할 때는 게임 등급이나 이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되도록 그것을 설명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라이텍에서 만든 18세 이상가 게임 ‘크라이시스’ 이용에 대해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인들을 목표로 게임을 만든 만큼 18세 이상 등급이 매겨졌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부모들이 인지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리서치기관인 NPD그룹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자녀의 83%가 게임을 사거나 대여하기 전에 부모에게 허락을 받는 습관이 배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부모 몰래 PC방에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부모들이 자녀 게임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아이들을 잘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게임에 내포된 긍정성을 인지하고, 균형 잡힌 게임 이용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 다니엘김 넥슨아메리카 대표는 “미국 부모들은 온라인 게임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사이버 상에서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건전하게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을 오히려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