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2부-­3)게임업체도 책임성 높여야

 자율규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이용자와 함께 게임 업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용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시행만 한다면 시장 기능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게임의 역기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는 걸음마 수준. 짧은 기간 급성장한 만큼 인식이나 기반 측면에서 미흡한 편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 방지를 위한 자율 규제 강화 방안을 자주 내놨지만 가시적 성과는 그리 많지 않다. 셧다운제가 정치권에서 제기되자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줄일 수 있는 자율 규제 역시 공언했으나 실효성 있는 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야박하고 정부 규제가 많아진 데에는 이 같은 업계의 대응 부족도 한몫했다.

 특히 흉내에 그치는 자율규제 정책은 오히려 게임 업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몇몇 온라인게임에서 도입하고 있는 피로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피로도 시스템은 말 그대로 온라인게임을 오래하면 게임 내 캐릭터가 피로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피로도가 높아지면 게임 속에서 얻는 경험치가 줄어들고 결국은 게임 이용 자체가 제한된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적용방식이다. 피로도 시스템이 이용자가 아닌 게임내 캐릭터 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 피로도가 높아지면 다른 캐릭터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자연스럽게 게임 이용자는 캐릭터를 많이 만들게 된다. 캐릭터가 많아지면 이용자가 쓰는 돈도 많아진다. 일부 게임 중에서는 피로도를 없애주는 현금 아이템을 팔기도 한다. 피로도가 높아져서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지더라도 돈을 주고 특정 아이템을 사면 피로도가 사라지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이 무색해진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도 부작용이 크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게임들은 ‘경험치 2배’나 ‘희귀 아이템’을 내걸고 주말이면 경쟁적으로 이벤트를 벌인다. 일부 게임은 매일 일정 시간을 즐기면 특별한 보상을 주는 ‘출석’ 이벤트로 이용자를 붙잡아 놓으려 한다. 주중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와 학원을 오가던 청소년들은 주말이면 온라인게임 이벤트에 사활을 걸기 마련이다. 과몰입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임 업계의 의지가 공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말만 꺼내놓고 시행되지 않는 방침도 많다. 지난해 9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셧다운제를 발의하자 청소년의 게임 이용 현황을 부모에게 전달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웹보드 게임 업체들이 하루 이용 시간 제한과 본인인증 강화를 뼈대로 하는 사행성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일부 웹보드 업체들은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든 콘텐츠 산업은 인간 욕망의 대리만족이라는 특성이 있으며 온라인게임은 이 경향이 더 뚜렷해 과몰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 업체들은 과몰입이나 사행성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