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책 챙기고 과기인 氣 살려라"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끈 과거 10년은 ‘정보기술(IT) 르네상스 시대’였다. 일부 보수 정치권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면서 IT 성과까지 폄하하기도 하지만 세계가 IT코리아를 보는 시각은 ‘감탄’과 ‘경외’ 그 자체다. 우리 IT산업계도 ‘신바람난 10년’이었다.  

IT강국을 이끈 두 전직 대통령을 보내면서 이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우리 IT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답보 상태인 MB정부의 ‘뉴 IT 전략’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것을 주문했다. IT를 정책 우선 순위에 두고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높이고 관련 규제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두 대통령이 쌓아올린 ‘IT강국의 희망’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우선 순위에 IT 놓아라=전문가들은 10년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이전 두 정권이 보여준 정부 차원의 뜨거운 관심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방송통신 강국을 위한 인프라가 마련된만큼 융합산업이 꽃피도록 정부 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재정비하고, 산업발전을 격려하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와대의 의욕을 주문했다.

 옛 정보통신부 차관과 정보사회진흥원장 등을 역임한 김창곤 LG텔레콤 고문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IT산업은 국정의 우선 순위에 올라 있어 초고속인터넷 확산, 전자정부 프로젝트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고 IT강국의 초석도 마련됐다”면서 “이를 계승해 융합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국정 우선 순위에 놓고 서비스와 기기가 동반해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정보통신 서비스와 단말의 정책 관할 기관이 분리된 체제로는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철 광운대 총장(옛 정통부 장관) 역시 두 전직 대통령처럼 ‘산업 발전의 토대’ 마련에 정부가 앞장설 것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IT산업계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그만한 여력을 마련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을 정리해주는 것이 정부 정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과기인 사기 체감온도 높여라=국민의정부 시절 제3대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영환 전 장관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과기인의 사기를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현 정부는 과학기술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체감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색채를 띠지 않는 과기인들임에도 정부를 향한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과 돈만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며 “과기인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고 김대중 대통령은 과학기술투자를 정부 재정지출의 5%까지 끌어올리자고 했으며 그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며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날의 과학자상, 과학자 명예의 전당, 과학기술인의 상 등 과기계 사기 진작책을 강력하게 펼쳤다”며 MB정부에서도 이 같은 정책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창조적 에너지 막지 말아야=인터넷 업계는 온라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들어 사이버모욕죄 등 표현의 자유를 막는 규제 정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전직 두 대통령이 꽃피운 ‘사이버 창조 에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호 게임산업협회장은 “콘텐츠 강국을 만들기 위해 정책 집단이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문화 콘텐츠는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성장할 수 있다”며 “특히 게임을 보는 사회적 시각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편향됐다. 게임의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역기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도 “지나친 규제 일변도보다 네티즌의 자정노력을 믿고 장려해야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진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벤처 육성에 팔을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조됐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은 “뉴 IT, 융합 IT, 그린 IT 등의 성공 전략에 일관되게 필요한 것이 바로 벤처·중기 경쟁력 강화”라며 “벤처·중소기업이 희망을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도록 다독이고,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형준·장지영·황지혜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