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무선망 개방과 데이터 서비스 활성화

[미래포럼] 무선망 개방과 데이터 서비스 활성화

 미디어법 처리에 발목이 잡혀 많은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 가운데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기통신 서비스의 도매 제공이 가능하게 돼 MVNO가 도입될 수 있다. MVNO는 이동통신망을 소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기존의 이통사업자와 도매 계약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30개의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그리스·이탈리아·멕시코·터키 5개국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MVNO 제도를 도입,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발하다.

 최근 세계 175개국 이동통신회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매출에서 데이터 매출 비중이 평균 25.3%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통 3사의 데이터 매출 비중이 15.7%로 세계 평균보다도 10% 정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데이터 매출비중이 제일 높은 나라는 일본이며, 41%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기 무선 데이터를 제일 먼저 사용하기 시작해 앞서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선 인터넷 1등 국가인 한국이 무선에서는 후진국 신세다.

 우리나라에서 무선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우선 너무 비싼 요금이다. 휴대폰으로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수십만원의 이용요금이 나올 때가 있다. 요즘 무선 데이터 정액 요금제가 일부 도입됐으나 이용할 콘텐츠나 최대 이용 가능한 데이터량이 제한돼 있다. 유선 초고속인터넷은 초기부터 정액제를 도입해 이용자가 요금에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두 번째 이유는 폐쇄적인 망 운용으로 무선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폐쇄적인 서비스 환경은 무선 데이터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및 이용을 어렵게 해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없고, 요금마저 너무 높아 이용자가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외면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러면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우선 요금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확실한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무선 데이터량이 증가해 기존 이동통신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선 데이터망(와이파이)과 와이브로를 활용해야 한다. 외국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일반 휴대 단말기에도 와이파이 접속 기능이 탑재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용자가 소수인 스마트폰에만 와이파이를 허용하고 휴대폰에는 탑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S사가 글로벌 전략폰으로 전 세계에 출시한 휴대폰이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돼 있어 국내 사업자가 원하지 않아 출시를 못했다. 와이브로는 대량의 무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 자존심 강한 이웃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와이브로 제품을 사용해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와이브로를 외면하고 있다. 방통위에서 와이브로 투자에 소극적인 사업자에게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 한다.

 자율적으로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와이브로망이 확충되고, 무선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무선 콘텐츠를 생성시키는 세계적인 벤쳐 기업도 많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금 결심해야 할 것은 무선망 개방이다.

 임주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원장/yim@kla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