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정윤경 부천 창영초교 교사

 교사와 게임. 아이들의 게임지도를 하는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직접 게임을 즐기고 아이들과 게임으로 호흡하는 20∼30대 젊은 교사들도 적지 않다. 5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정윤경 교사(27·부천 창영초등학교)도 그 중에 하나다. 그에게 게임은 바느질·독서 등 예닐곱 취미활동의 일부이자 아이들과 대화하는 좋은 매개체다.

“게임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과 교감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닌텐도 위(Wii)를 샀다고 말하니 집에 놀러오겠다는 아이들도 있고요.” 즐기는 게임 종류는 달라도 선생님이 게임을 한다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편안함과 동질감을 주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임 얘기로 시작해서 개인 고민을 털어 놓는 아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정 교사가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부모님이 사준 PC에서 ‘페르시아 왕자’를 해본 게 시작이었다. 요즘은 일렉트로닉아츠(EA)의 ‘심즈2’나 아타리의 ‘롤러코스터 타이쿤’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긴다. “자율성이 강하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보다 매력적”이란다.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게임을 하지만 3∼4시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게임이 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선생님이 게임을 하는 걸 싫어하는 학부모가 없냐’는 질문에 정 교사는 웃으며 “아직 문제삼는 학부모는 없었다”고 했다. 밤새 게임하느라 퀭한 눈으로 출근해 수업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가르칠 때는 최선을 다해, 또 업무 시간이 끝나면 여가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오히려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게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아이들이 게임을 현명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가정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역시 자기제어 능력이 생긴 것은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라고 믿는다. “어린 시절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면 ‘하지 말라’는 말보다 ‘하는 대신 네가 할 일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로 타이르셨어요. 때로는 ‘믿어준다’는 말이 하지 말라는 말보다 더 큰 무게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정 교사는 게임이 다른 취미 생활보다 몰입도가 크고, 시각적 자극이 크기 때문에 아이들이 과몰입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만큼 게임 내에서 게임을 진행한 시간 표시를 한다거나 게임 과몰입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를 게임업체가 제대로 해주었으면 한다. 학생들에게는 현금 거래나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게임은 되도록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무래도 한두번 사다 보면 게임이 훨씬 더 쉬워지니까 유혹이 크거든요. 사이버 상에서 쉽게 풀리는 일을 현실처럼 여기게 되는 가치관이 형성되면 위험할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적절한 교육 교재가 없는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아이들에게 게임이나 인터넷 관련한 교육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난감할 때 있어요.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에 나와 있는 수준으로는 부족해요”라며 좋은 게임 교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