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사랑한 `초대 정보화 대통령`

 “우리는 지금 세계가 인정하는 IT선두 국가가 됐습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미래 비전을 갖고 정보화를 서둘러 이룬 성과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9월 전자신문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재임시절 IT전문매체인 본지와 직접 인터뷰에 나섰던 그는 당시 IT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 ‘관심’을 보였다. 우리 미래가 ‘IT’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 의사도 피력하며 업계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대통령이 ‘초대 정보화 대통령’이란 호칭을 받는 이유며, IT업계가 그의 서거를 각별히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 동안 ‘IT’ ‘정보화’란 단어를 수도 없이 거론했다. 당시 최대 이슈로 그의 커다란 과업이기도 한 ‘월드컵’ ‘통일’ 등과도 연결시켰다. 김 전 대통령은 “IT분야 협력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대표 분야중 하나로 북한도 I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컴퓨터 보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IT기업의 북한 진출이 더 늘어나게 되면 남북간 경제협력의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보였다.

 월드컵은 김 전 대통령이 한국 IT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행사다. 그렇게 관심과 애정을 나타냈던 IT가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크게 호평을 받으면서다. 그는 “세계의 언론도 ‘정보통신의 미래는 한국에 달려 있다’ ‘한국이 월드컵을 계기로 IT강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는 본지 인터뷰 내용은 이를 잘 전한다.

 “앞으로 정부는 이러한 기회를 경제 4강 달성으로 이어가기 위해 이미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동통신과 반도체는 물론이고 디지털TV·초고속인터넷 등을 2006년까지 매년 10개씩 세계 일류상품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입니다.”

 그가 IT에서 한국 미래를 확신하며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한국 벤처산업에 대해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던 김 전 대통령. 벤처 버블이 걷히며 벤처산업계가 힘들어하던 당시 그는 한국 경제 발전에 있어 벤처의 중요성과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는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벤처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벤처기업이 지식정보시대에 가장 유망하고 적합한 기업형태이자 시대적 대세”라며 벤처기업 성장에 대한 일부의 회의론을 일축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터뷰 말미 IT업계에 당부하고픈 한마디로 “여러분이 가는 길은 시대적 소명의 길”이라며 “격변기에는 여러분과 같이 모험심에 가득 찬 사람이 역사를 선도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하며 IT인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