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육성·IT대국 기틀 닦은 큰 별 지다

벤처 육성과 정보화 대국 기틀 마련

벤처 육성·IT대국 기틀 닦은 큰 별 지다

 ‘IT(정보기술)를 잘 몰랐지만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현재의 IT대국 기틀을 만든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제 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1998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다.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접어들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향후 수십년간 이같은 신탁통치가 지속될 거라는 괴담이 흉흉하게 돌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좌절하지 않았다. 타고난 승부사였던 김대중 대통령은 IMF요구대로 방만한 대기업들을 손보는 한편 산업적으로는 IT(정보기술)를, 그리고 벤처기업이라는 모험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경제 회생 그림을 그렸다.

 그는 취임사에서 “세계는 지금 유형의 자원이 경제발전의 요소였던 산업사회로부터 무형의 지식과 정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기술입국’ 및 ‘정보화대국’으로의 부상 의지를 밝혔다. 또 전 세계에서 가장 PC를 잘 다루는 국민을 만들겠다고 했다.

 벤처기업 육성의지도 분명히 했다. 취임하자마자 정부는 향후 5년간 벤처기업 2만개를 창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명 장기채 발행 등을 통해 9000억원의 자금을 마련,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3억씩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이런 정책에 따라 지난 2001년 기준으로 벤처기업은 GDP의 3%(16조원), 총 수출의 4%(56억달러), 총 고용의 2%(34만명)를 차지하는 등 생산·수출·고용 등 각 분야에서 우리 경제의 핵심 주체로 성장했다. 벤처기업 육성책을 통해 성장한 벤처기업은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보화 대국으로서의 빠른 발걸음은 전 세계가 주목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 163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는 5년만에 2600만명을 돌파했고, 700만명에 못미쳤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무려 3200만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 무역흑자는 97년 94억달러에서 2002년 168억달러까지 5년 내내 무역수지의 최대 효자였다.

 정보기술 이후의 시대도 대비했다. 국민의 정부는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문화기술(CT) 등 5개 신기술 산업을 다음 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2005년까지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소위 5T라고 부르는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 기틀을 닦은 시기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정책은 ‘DJ노믹스’로 드러났다. DJ노믹스는 대기업의 부채비율 축소, 빅딜, 부실금융기관 퇴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개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중점을 뒀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에 이어 현대와 LG의 반도체 사업 통합 등 기업의 명운을 갈라놓을 만한 대형 사업 프로젝트를 오차없이 추진했다. 국내 경제의 대외개방과 자유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는 등 국제시장에 좀 더 다가가기도 했다. 이같은 신속한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외환위기로부터 탈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DJ노믹스 핵심에 IT(정보기술)와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정책과제가 자리잡는다. 당면한 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주의로 무장한 IT와 벤처기업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는 벤처업계에서 한국 벤처산업을 육성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국민의 정부는 벤처산업 육성을 통해 DJ노믹스를 완성해 나갔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기업인들을 육성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정책 구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집권 이후 벤처자금이 뿌려졌고 IT벤처들이 연이어 설립되면서 벤처육성 정책은 우리나라가 조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성과는 ‘DJ’ 브랜드에도 기인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에 나가면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김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독일이 한국의 금융위기 때 한국을 돕는 동기가 됐다”(라우 요하네스 독일 대통령). ‘존경받는 대통령’ DJ의 최대 가치였던 셈이다.

  권상희·유형준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