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할당 앞두고 통신사들 ‘계산기 두드리기’

 오는 9월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할당 공고를 앞두고 통신사들이 계산기 두드리기에 한창이다. 품질이 유사한 두 대역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LG텔레콤은 방통위가 할당하기로 한 저대역 주파수 800㎒(20㎒폭)와 900㎒(20㎒폭) 중 전략적으로 어떤 대역이 유리한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에 SK텔레콤은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 있다. SKT는 800㎒ 대역 20㎒폭을 반납하고 경쟁자가 없는 2.1㎓ 대역을 요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KT와 LGT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800㎒와 900㎒ 대역 사이에 뚜렷한 품질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두 대역은 이른바 ‘황금주파수’로 비슷한 정도의 직진성과 회절성을 갖는다. 다만 800㎒는 단말 소싱에 유리하고 900㎒는 유럽 GSM 국가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로밍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주파수 특성 차이도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800㎒와 900㎒ 대역은 물론이고 2㎓ 이상의 고대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멀티모드 장비가 나왔고 단말 역시 안테나를 여러 개 탑재하고도 슬림하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로밍에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이유다.

 당장 LGT는 9월부터 저대역부터 고대역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멀티모드 장비 구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어떤 주파수 대역이건 관계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장비 벤더 역시 늘어나면서 기지국 장비 가격 자체도 하락해 주파수 특성에 따른 경제성 차이도 줄어든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대역 주파수를 원하는 사업자가 2곳인데 2개 대역이 나와 있기 때문에 경쟁체제는 아니다”면서 “이제 저대역과 고대역 간에 투자 비용 차이도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선택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는 오는 9월 두 대역을 신규 또는 후발사업자에게 할당하고 2.3㎓ 대역 40㎒폭은 신규 및 기존사업자에게 할당하기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일단 신청을 받고 주파수를 할당할 지 주파수 대역별로 신청을 받을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