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지료 위해 응답속도 3초 유지에 총력"

"빠른 지료 위해 응답속도 3초 유지에 총력"

 “병원에서 의료정보시스템이 다운되면 환자 진료를 할 수가 없습니다.”

 김남현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은 “이제 종이 차트에 의무기록을 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모든 병원 관련 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의 디지털 병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의료정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세의료원은 다른 병원보다 앞서 유비쿼터스 환경의 의료정보시스템인 ‘u-세브란스’를 운용해 오고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사적자원관리(ERP), 활동원가분석시스템(ABC), 데이터웨어하우스(DW), 의료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등이 모두 통합된 것이 u-세브란스다.

 연세의료원의 ‘유비쿼터스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실장은 요즘 1인 3역을 하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의 의학공학교실 교수로, 연세의료원의 CIO로 그리고 시스템 개발자로 여념이 없다.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연세의료원의 정보화책임자 역할을 두 번째 맡고 있다.

 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연세의료원의 전산처장을 지냈으며, 당시 처방전달시스템과 병원 정보시스템을 개발했던 주인공이다. 현재 업계에서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는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라는 용어도 그가 1990년대 초에 만든 시스템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초기 국내 의료정보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의 정보시스템에 애착이 남달랐기에 그가 다시 정보화사업을 맡게 된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9월 의료정보실장으로 부임하면서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었다. 올해 그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IT 프로젝트 중에서도 1순위가 바로 통합 의료정보시스템의 성능 개선이다.

 ◇의료정보시스템 성능 대폭 개선=연세의료원의 통합 의료정보시스템은 크게 진료 부문과 전략경영 부문으로 나뉜다.

 진료 부문은 김 실장이 1990년대 초반에 만들었던 외래환자 처방전달시스템이 모태가 돼 발전돼 온 OCS와 EMR 등이 핵심 시스템이다. 그 외 진료표준화를 위한 의사결정시스템인 DSS(Decision Support System), 증거 기반의 임상연구를 위한 CDR(Clinical Data Repository) 등도 사용하고 있다. 전략경영 부문에서는 ERP와 경영정보시스템(EIS) 등을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연세의료원은 이 모든 시스템을 통합해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4년 간 사용해 왔다. 시행 초기에는 일부 프로그램에서 진행 지연 등으로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이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큰 문제 없이 운용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OCS와 EMR의 응답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제기됐다.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평균 3초 수준이었던 속도가 현재 6초를 넘을 정도로 떨어졌다.

 김 실장은 “미국 등은 30분에 환자 한 명 진찰하는데 우리나라는 평균 3분에 한 명씩 진찰한다”며 “시스템 동시 사용자도 500명 이상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속도와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속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 최근 대대적인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나섰다.

 연세의료원은 현재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응답속도를 지속적으로 3초대로 유지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관련 하드웨어시스템 확충과 시스템 재개발사업 등이 내년 하반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정보 특히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는 인프라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개인 정보보안 강화=연세의료원은 정보시스템의 고도화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 중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시스템 도입 △ERP 연동 전자결재시스템 구축 △통합 커뮤니케이션(UC) 구축으로 유비쿼터스 환경 강화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올해 연세의료원은 이러한 사업 추진을 위해 본예산 100억원, 추경예산 40억원 등 모두 14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개인 정보보호는 통합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부터 개인 사용자의 권한 조회를 매트릭스 개념으로 시스템화했다. 현재 전자문서화, 주민등록번호 암호화 등 정보보안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내부 보안 정책을 재조정하고 관련 시스템 도입을 함께 검토 중이다.

 김 실장은 “사용자의 편리성과 데이터의 보호는 창과 방패의 관계처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현재 관련 담당자들과 가장 효과적으로 보안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세의료원은 전자태그(RFID) 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 병원 최초로 RFID를 이용해 환자 진찰권카드를 만들었다. 환자가 주차장이나 안내, 수납 접수 등을 할 때 버스카드 단말기처럼 진찰권카드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부 구역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년까지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의사들에게도 스마트폰을 지급해 환자에 관한 진료정보를 어디서나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연세의료원이 통합 의료정보시스템인 ‘u-세브란스’를 개통한 이후 국내 의료기관뿐 아니라 외국에서까지 방문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6년도부터 현재까지 국내 35개 기관, 국외 37개 기관 총 72개 기관이 유비쿼터스 기반 정보화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러 왔다.

 김 실장은 “미국·일본·캐나다·노르웨이·호주 등 선진 의료시설을 자랑하는 곳에서도 방문해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특히 시스템 속도와 운용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세의료원이 현재 수준에 만족하면서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선진 의료정보시스템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시스템 규모와 속도 측면에는 강하지만 적절한 항생제 사용 지침 등을 제시하는 진료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이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곳은 미국에 있는 GE헬스케어와 비영리 의료그룹인 인터마운틴 헬스케어(Intermountain Healthcare)다. 인터마운틴 헬스케어는 CDSS 분야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병원이다.

 김 실장은 “GE헬스케어가 최근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와 기술을 공유해 EMR 솔루션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연세의료원의 정보시스템과 결합해 성능과 기능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수 있도록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GE헬스케어와 협력해 아시아 의료정보화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김남현 실장은

1977년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8년부터 지금까지 연세대 의과대 의용공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4년 연세의료원 기획조정실 전산개발과장으로 임명돼 5년 넘게 처방전달시스템과 병원정보시스템 등의 개발을 책임져 왔다. 지난해 9월 다시 의료정보실장을 역임하면서 연세의료원의 의료정보화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