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서버에서 리눅스 구동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침내 리눅스 진영에 문호를 열고 공존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각) 외신은 MS가 2만개 라인의 디바이스 드라이버 소스 코드를 리눅스 커널 커뮤니티에 공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MS가 지난 수년간 지적재산권 이슈로 갈등을 빚어온 리눅스 진영에 소스 코드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역사적인 결정’ ‘이정표’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MS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오픈소스 콘퍼런스 ‘오릴리 오스콘(OSCON)’에서 3개의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포함한 드라이버 코드를 발표했다. 이 코드는 공개 운용체계(OS) 개발 프로젝트인 GNU의 GPL(General Public License)2에 준해 개발된 것으로 MS는 이 코드 사용과 관련해 아무런 로열티나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동안 MS는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235건에 달하는 자사의 특허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번 발표로 MS의 가상화 솔루션인 ‘하이퍼-V 서버2008’나 ‘윈도서버2008 R2 하이퍼-V’와 이들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윈도 서버에서도 가상화된 리눅스를 구동할 수 있게 돼 상호 운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같은 MS의 행보는 이미 가상화 시장에서 상당한 장악력을 확보한 VM웨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리눅스커널 디바이스드라이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그레그 그로아하트먼은 “이번 코드 배포에 따라 하이퍼-V에서 클라이언트로 리눅스를 구동시키는 사용자들은 더욱 빨라진 속도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MS 측은 이번 조치의 의의를 ‘상호 운용성’과 ‘고객 요구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적극 강조했다.

MS의 샘 람지 플랫폼 전략 담당은 “(우리는) MS 커뮤니티와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함께 성장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이번 발표의 촉매제가 된 고객의 이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경기상황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경기 침체기의 최대 현안인 비용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서로 다른 기술이 혼재돼 날로 심화되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보고 상호 운용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설명했다.

리눅스 진영은 MS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오픈소스의 정당성과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는 논평으로 반색했다.

리눅스재단의 짐 제믈린 이사는 “MS의 이번 조치는 오픈소스 개발모델과 GPL2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며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MS가 오늘날 IT시장에서 경쟁을 위한 협업의 가치를 인정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레드몽크의 스테펀 오그래디 애널리스트는 “MS에 기념비적인 선례가 될만한 조치”라며 “MS의 상당수 고객이 가상화 환경에서 윈도와 리눅스를 함께 구동중이라는 현실 속에 상호운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