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마이클 잭슨과 모차르트

[월요논단] 마이클 잭슨과 모차르트

 지난 7월 7일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들과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지상최대의 쇼’라고 불린 이 장례식은 미국의 16개 방송사에서 생중계해 3100만명의 미국인이 지켜보았고 인터넷 방송으로 최다 1억9000만명이 지켜봤다. 이 장례식 쇼를 보기 위해 무려 160만명이 입장권을 신청해 180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이 남긴 기록들을 보면 그가 왜 ‘팝의 황제’로 불렸는지 잘 알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스릴러’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5900만장이 팔려 기네스북에 올랐다. 영국 BBC방송은 마이클 잭슨의 생애 음반판매 총수입액이 3억2700만달러(약 4200억원), 공연 및 연관상품 판매에 따른 수입총액이 1억7500만달러(약 2260억원)라는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LA타임스는 마이클 잭슨 장례식을 전후해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찾아 온 수많은 추모객과 장례식 참석자들로 인해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LA지역 경제에 단비와 같은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비운의 대 스타의 죽음 앞에서, 돌아서서 계산기부터 두드리는 언론의 행태가 좀 야박한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 명의 뛰어난 문화 콘텐츠 생산자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오스트리아의 유서 깊은 도시 잘츠부르크의 1인당 GDP는 4만2000달러다. 잘츠부르크의 거의 유일한 산업은 관광산업이고 관광객의 대부분은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차르트와,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때문에 이 고색창연한 도시를 찾는다. 250여년 전에 태어난 위대한 음악가 한 명과 44년 전에 개봉된 영화 한 편이 남긴 문화적 향기가 한 도시에 영구적인 풍요를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는 월트 디즈니가 먹여살리는 도시다. 오렌지 농업이 주 산업이던 이곳에 1971년 ‘디즈니 월드’가 세워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다른 테마파크, 호텔과 관광시설들이 뒤이어 들어섰고, 호텔이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서 유명한 컨벤션 도시가 됐다.

 되돌아보면, 우리가 이런 현상들에 관심을 갖고 부러워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본 관광객들이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을 찾고, ‘대장금’과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가수 ‘비’의 공연을 보기 위해 동남아 팬들이 단체로 입국하기 전까지는 문화산업으로 외화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나는 최근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국제 문화교류를 통해 한류의 해외 확산을 지원하고 이로써 국가 브랜드를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재단의 수장이 되고 나서 깊은 책임감과 함께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한류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즉, 한류 열풍이 다소 가라앉은 이 시점에서, 앞으로 어떤 형식과 내용의 문화콘텐츠로 한류를 재점화할 수 있을지 하는 고민이 그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한류 현상을 보며 문화콘텐츠 산업의 엄청난 가능성과 함께 일시적 유행에 편승한 인기의 덧없음을 경험했다. 최근 수년간 한류가 주춤한 것은 마케팅의 문제라기보다는 뛰어난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만한 문화적 깊이와 저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문화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개의 뛰어난 문화콘텐츠 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깊이와 독창성을 갖춘 뛰어난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산업 운영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과 함께 천재적인 콘텐츠 생산자가 태어날 수 있는 환경조성에서도 힘써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전 국민이 일상 속에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를 폭넓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president@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