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의 안전과 보안이 먼저다

[기자수첩] 국민의 안전과 보안이 먼저다

 “1년에 자주 터지는 것도 아닌데, 수천만원짜리를 일일이 도입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서버분산거부(DDoS) 공격으로 정부부처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 지난 8일. 보안관련 공공기관 관계자의 대답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보안장비만 제대로 갖췄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추궁에 나온 답변이었다.

 이날 인터넷쇼핑몰 옥션은 DDoS 공격으로 무려 74억여원에 달하는 매출을 날렸다. 청와대·외교통상부·국회 등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국내외 정부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IT코리아’ 브랜드에 먹칠한 것을 돈으로 따지면 수천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조롱도 쏟아졌다.

 사정이 이쯤되자 정부는 이날 늦게 부랴부랴 실무자급 대책 회의를 갖고 200억원 규모의 DDoS 보안 장비를 긴급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웃지 못할 ‘뒷북행정’의 전형이 다시 연출된 셈이다.

 전자신문은 지난 3월 ‘공공기관이 DDoS 보안의 사각지대’라는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한 바 있다. 그때라도 대응했다면, 이번의 치욕은 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보안문제를 경제 논리로 따지는 분위기가 아직도 정부 내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행안부의 주민번호 DB가 암호화되지 않은 문제를 전자신문에서 줄기차게 제기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거론하면 “아직 사건이 한 건도 터지지 않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경제성이 없다며 전면 중단된 국가지휘무선통합망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번 DDoS 대란은 국민의 안전이나 보안이 경제성과 비교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사후약방문은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보미디어부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