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오염된 사이버 환경 대안은 없나

[ET단상] 오염된 사이버 환경 대안은 없나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돗자리 하나 손에 들고 나서는 사람들로 한강 둔치는 작은 축제라도 벌어진 듯하다.

 삼삼오오 모여 여름밤을 즐기는 사람들, 아빠의 다리를 베고 잠든 아이와, 모기를 쫓는 엄마의 부채질을 보노라니 새삼 참으로 아름다운 강가의 모습이다.

 강원도 오대산 심산유곡에서 시작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서울을 가로지르며 450㎞ 이상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은 예로부터 유역 주민의 식수와 생활용수의 보급지요, 수영과 낚시 등 휴식처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한강은 1960년대부터 추진돼온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악취와 오염으로 외면받던 때도 있었다. 수질 악화로 수영이 금지되고, 서식하던 물고기는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뚝섬 나루터와 취수장이 폐쇄되는 등 한때는 ‘죽음의 강’ 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 한강은 이용과 개발의 도구일 뿐,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보호를 등한시한 이용으로 결국 쓰레기와 악취만 남게 됐고 사람들은 더 이상 강물을 믿지 못했다.

 지금 인터넷 세상도 심각하다. 익명으로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기도 한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인터넷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니며 스팸메일, 보이스피싱 등의 2차 피해를 낳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악성코드에 감염된 내 PC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을 공격하는 등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곳곳에 심겨진 악성코드로 인터넷은 지뢰밭 수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금의 한강은 저절로 깨끗해진 것이 아니다. 오염이 점차 심각해지자 1970년대 후반 한강 되살리기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추진됐다. 하수 처리시설 확충, 폐수 등 오염물질 유입 차단 및 관리와 동시에 지속적으로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있다.

 환경법은 1960년대에 시작해 1980년 헌법에서 ‘환경권’ 조항을 처음으로 명시했고, 2000년대에는 사후 환경관리의 틀을 벗어나 사전 예방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최근까지 수십개로 세분화·구체화되면서 시대와 현황에 맞도록 제·개정돼오고 있다.

 인터넷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법률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빠르게 진전된 디지털화는 개인에게 편익을 제공해 주었지만 권익은 보호해 주지 못했다. 법·제도는 급변하는 사이버 세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의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통량이 많은 구간이나 다수의 사람이 탑승하는 버스 등에는 엄격한 제한 속도가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상황과 현실에 맞는 보호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환경에서도 현재 기술 수준과 사회 현황에 맞는 안전한 IT 서비스 이용을 보장하는 법·제도 정비가 선결돼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이버 침해사고 예방능력 강화, 개인정보 유출사고 통지·신고 의무화, 개인정보 도용피해 구제조치 의무화 등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적합한 보호 대책이 없다면 우리는 한강이 겪은 개발의 후유증을 사이버 세상에서 또다시 겪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강을 통해 번영의 기적을 이루어 냈듯이 우리는 이제 안전하고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가꾸어 새로운 디지털 기적을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원장 jyhwang@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