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그린댐’ 강행에 세계가 뿔났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달부터 인터넷을 통제하는 이른바 ‘그린댐Green Dam)’ 정책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국제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중국 지도부에 항의하고 나섰다고 28일 AP가 보도했다.

 미국, 유럽 및 일본의 22개 주중 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협회(NAM) 및 전 세계 핵심 IT 공급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대표자 공동 명의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내달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PC와 노트북PC에 ‘그린 댐-유스 에스코트’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깔도록 한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청소년이 음란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정치적 목적의 정보 및 사상 통제로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음란물뿐 아니라 특정 용어가 들어간 텍스트와 영상도 쉽게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는 앞서 “그린댐 설치 의무화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비난했으며 유럽연합(EU)도 26일 중국의 조치가 “인터넷 검열이자 표현자유 억압”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과 EU는 WTO 제소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AP가 사본을 입수한 국제 재계의 지난 26일자 공동 서한은 “그린댐이 인터넷 보안과 프라이버시, 시스템 안정성을 크게 저해하는 것”이라며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막는 것은 물론 유저의 선택권도 제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은 “이 조치가 강행될 경우 역동적인 정보기반 사회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의 목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측통들은 중국을 상대로 비즈니스하는 외국의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그것도 공동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IT 관계자들은 중국이 의무화하려는 인터넷 필터링 프로그램이 기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이들은 PC 업체가 중국으로부터 프로그램 설치 의무화를 통보받은 것이 지난 5월이라면서 따라서 테스트 등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시간대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심각한 인터넷 보안상의 취약점을 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지식재산권 시비도 제기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소재 솔리드오크소프트웨어는 그린댐에서 사용되는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우리 회사 기술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해 지재권 시비가 생길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