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국정피디아` 고도화 작업

 위키피디아 방식의 온라인 행정백과사전인 ‘국정피디아’를 올 연말부터 일반 국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사용자 중심의 기능을 추가하고 외부 포털시스템과 연계하는 등 국정피디아 고도화 작업에 들어갔다. 행정안전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국정피디아는 국내 최초로 구현된 범정부 차원의 위키 기반 지식관리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정부 내 위키피디아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09년 5월말 현재 2661건의 행정용어가 등록돼 있다. 이 기간동안 조회수는 총 4만2680회를 기록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국정피디아는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보완하는 ‘집단지성’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보여준다. 40개 중앙부처와 246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해 행정업무의 개념과 연혁에서부터 사례와 경험까지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조직실 지식제도과 최용범 과장은 “지금까지는 내부 망에서 운영해 왔지만 현재 구축된 내용을 중심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새주소 사업, 녹색 성장, 국세, 한미 FTA 등 각 기관의 대표적인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로 등록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선정과 내용 보완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아 벤치마킹=기존에도 행정백과사전은 존재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험과 노하우 등을 담아낼 순 없었다. 단순히 행정 용어에 대한 개념을 간단히 정의하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또 대부분이 종이사전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용 문제도 있었으며 잘못된 내용이 수정되기까지 최소 1∼2년 이상의 장시간이 소요됐다. 때문에 업무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이에 행안부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온라인 행정백과사전으로 ‘국정피디아’를 만들게 됐다.

 국정피디아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미 잘 알려진 위키피디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각종 업무 관련 지식을 등록하고 수정·보완·활용할 수 있다. 즉, 공무원들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으로 구축되는 위키 기반의 지식관리시스템인 것이다.

 최용범 과장은 “생소한 위키 기능을 쉽게 익히고 체험할 수 있도록 편집기에 많은 중점을 뒀다”며 “공무원들에게 익숙한 웹 에디터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채택해 어려운 위키 문법을 몰라도 행정용어의 관련 지식을 공무원이면 누구나 쉽게 등록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용어의 수정 이력 확인 기능과 자동 링크 기능으로 관련 용어 간의 연계를 강화해 활용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국정피디아는 지식경영 분야의 전문 솔루션 업체인 날리지큐브가 구축했다. 날리지큐브가 위키 방식의 업무매뉴얼, 용어사전 등을 구축한 경험이 있고, 특히 사용자 중심의 지식경영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업체로 평가했다고 행안부측은 전했다.

 ◇‘온라인 정부역사관’ 역할 자처=행안부는 위키피디아의 부가 서비스 기능인 ‘알찬글’ ‘오늘의 역사’ 등을 국정피디아에 그대로 녹였다. 공무원들의 주요 관심이 되는 정책 용어를 ‘알찬글’로 선정해 메인화면에 제공하고, ‘오늘의 행정역사’를 통해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사, 사건 등을 날짜별로 등록,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온라인 정부역사관’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또 ‘이미지로 보는 행정백과’ 코너를 통해 사진, 그림, 그래프 등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관련된 행정용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업무 수행에 필요한 행정용어의 등록을 요청하는 ‘새글요청’ 게시판을 사이트 메인에 상시 노출함으로써 공무원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행안부는 초기에 일부 영역에 콘텐츠가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능별로 키워드를 뽑아 각 부처와 지자체의 지식경영 전문가에게 콘텐츠 작성을 할당하기도 했다.

 국정피디아는 정부지식포털인 정부통합지식행정시스템(GKMC)과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가입 회원도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2008년 12월 1만6877명이던 회원수가 국정피디아 개통 이후 2009년 5월 기준으로 4154명이 증가해 총 2만1031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행안부 박재목 서기관은 “국정피디아의 경우 로그인하지 않아도 행정용어를 검색하고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내부 이용자 수는 회원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정피디아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소통과 협업의 선진 행정 패러다임의 구현으로 거버먼트 2.0을 실현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국민 서비스 추진으로 참여 확산=행안부는 올 연말 국정피디아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7월까지 ‘국정피디아 서비스 확대사업’을 진행한다. △외부 포털시스템과 연계를 위해 오픈 API 개발 △우수 콘텐츠 선정을 위한 전문가 검증 프로세스 구축 △목차 자동 생성·부분 편집 등 사용자 중심의 편의기능 제공 △소극적·잠재적 참여자의 유입 방안 마련 등이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행안부 윤은옥 사무관은 “적극적으로 참여, 공유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하면서 또다시 참여하게 되는 선순환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아직까지 ‘참여, 공유, 개방’의 웹2.0 협업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이런 문화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고 지적했다.

 행안부측은 오는 7월중 콘텐츠 검증 프로세스가 완료되면, 각 부처와 지자체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를 선정하고 내용을 보완해 오는 12월에 정부기관의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 등을 통해 국정피디아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용범 과장은 “시스템보다는 조직문화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문화를 형성하고 리드해 가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해 변화관리를 수행해 나갈 때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고, 성공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