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분쟁, 기업이 멍든다] (하)대안은 없나

 지난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공개석상에서 ‘리눅스업체들이 자사의 238개 특허를 침해했다’며 공개 소프트웨어(SW) 진영을 압박했다.

 그러자 구글·선·IBM 등이 회원인 리눅스파운데이션은 ‘MS가 리눅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리눅스파운데이션이 대신해 소송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맞섰다. 특허나 지식재산 관련 분쟁은 침해 당사자가 아닌 사용자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이 해당 제품 사용에 위축되기 쉽다. 리눅스파운데이션은 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짐 젬린 리눅스파운데이션 대표는 “MS가 실제로 특허 소송을 벌일 가능성은 없지만 기금 조성과 함께 특허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까지 보유했다”며 “모든 기업고객과 사용자가 안심하고 리눅스를 사용하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선의의 피해자를 대신할 만한 이 같은 조직을 찾기 힘들다. 지식재산권 소송은 늘어나고 있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기업들이 서로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할 만한 장도 없다.

 분쟁 시간을 줄일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중간 단계 수준의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SW 관련 저작권 분쟁이 많아지면서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매년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간이조정까지 포함해 40∼50건에 불과하다. 퇴사한 직원이 소스코드를 복제해 다른 기업에서 이를 사용하는 때, 저작권에 관해 애매하게 계약해 문제가 되는 때 등 다양한 분쟁이 이곳에서 조정된다. 소요 기간은 3개월 안팎이다. 조정이 되면 ‘재판상 화해’로 분쟁이 종결된다. 소송을 시작했다면 재판 한 번 열리지 못하는 시간이다. 한 번 시작하면 3∼5년 가까이 걸리는 소송은 지나치게 소모적인만큼 중간 단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분쟁이 시간을 끌면서 당사자 모두가 피해를 본다면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볼 수 없다.

 검찰·경찰·사법부의 지식재산 전문가 양성도 분쟁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지식재산 관련 분쟁을 겪었던 기업의 임원은 “1심에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약 3년의 기간이 소요됐다”며 “기술이 과연 보호될 만한 상당한 수준에 있는 기술인가라는 쟁점을 놓고 재판부의 판단이 어려워 지연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한 특허 분쟁은 더욱 그렇다. 관할이 이원화된 특허침해 소송과 심결취소 소송을 한곳에서 관할하게 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특허 관련 침해 소송은 법과 기술이 만나는 영역으로 도출 기술의 전문적 이해가 필요하다”며 “특허법원 근무 법관의 전문성 제고 방안, 기술심리관의 운용 방안 등이 사법부의 권한과 책임 아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지식재산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사의 제품 개발실에서 복제나 도용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끊임없이 관리해야 분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