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Global Issue-오바마 정부의 거버먼트 2.0

 오바마 정부의 ‘거버먼트 2.0’

 웹 2.0 기술에 근간을 둔 거버먼트 2.0.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사상이다. 양방향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해 시민의 참여와 협업, 투명한 정보 공개가 가능한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비벡 쿤드라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애니시 초프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임명했고 이 두 사람에게 거버먼트 2.0 구현을 맡겼다.

 오바마 정권의 거버먼트 2.0은 ‘Recovery.gov’ ‘Data.gov’ 등 미국 연방정부의 웹사이트가 발표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GCN·인포메이션위크 등 외신은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한다. 데이터의 실시간성과 정확성, 접근성을 항상 보장해야 하는 데서 관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해당 웹사이트에서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얻기 위해서는 미 연방 정부기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많은 업무 시스템과 회계 시스템이 연동돼야 한다는 대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열린 정부 거버먼트 2.0과 해결 과제는 우리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버먼트 2.0 청사진과 시범 모델=‘시민에게 먼저 다가서기’는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된 의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 업무 첫날 ‘정보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 협업 체계를 마련하라’는 메모를 전 기관장들에게 발송했으며,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비벡 쿤드라 CIO는 전 정부기관 차원의 연방 데이터저장소(Data.gov)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미경기부양법과 그에 따른 경비부양 예산이 의회를 통과한 후 이 예산이 사용되는 현황을 낱낱이 보여줄 Recovery.gov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최근 오픈했다.

 이러한 정부기관의 대민 서비스 사이트는 단순한 웹사이트 구축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가 정부기관과 도처의 유관기관에서 연동돼야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연동 문제는 각 부처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십만대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상호 연동되고 있는지 하는 더욱 곤란한 질문을 낳는다. 덕분에 지난달 5월 20일 상원의 인준을 받고 미국 정부 사상 최초의 연방 CTO로 임명된 애니시 초프라는 ‘시장 판도를 확 바꿀 수 있는 혁신(game-changing innovations)’이라는 말로 자신의 비전을 요약했다.

 이달 2일 미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개최된 정부 기술 콘퍼런스(government technology conference)에 참석한 초프라 CTO는 미국 역사상 첫 보직인만큼 아직 업무가 연방 CTO의 역할과 범위를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거버먼트 2.0 구현을 위해 “이전과 전혀 다른, 대세를 뒤엎을 정도의 이노베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에 따른 네 가지 우선순위 업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초프라 연방 CTO가 말하는 네 가지 우선 업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 기반 혁신으로 국가 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한 엄정한 정책을 다수 수립하는 것이다. 주 경계를 넘어 전 국가적인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일명 ‘이노베이션 플랫폼’ 혹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행보를 맞출 수 있는 게임-체인징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이노베이션 플랫폼은 개방형 표준, 정부의 연구조사(R&D), 군중에 의한 소싱(crowd sourcuing) 세 가지를 원칙으로 한다. “보안 유지가 필요한 부분도 있으나 개방형 표준 문화가 필요하다”는 초프라 CTO는 “개방형 표준, 그리고 쉽게 공유하고 복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혁신 노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배타적 소유권을 갖고 있는 표준의 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초의 연방 CTO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세 번째 분야는 안정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적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도록 대통령 위원회를 보좌하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자치주의 경계를 넘어 미국 전역에 걸친 범용 브로드밴드를 구축하게 된다.

 마지막 네 번째 우선업무는 오바마 대통령이 1월 21일 주문한 참여·공유·투명성의 실행 방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날 초프라 CTO는 “전통적인 모델은 후퇴할 것이며 새로운 양방향 기술을 사용해 대다수의 시민으로부터 의견을 받고 정책 초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기관 내에서도 연동 안 되는 레거시 시스템=초프라 CTO의 발표는 역으로 현재 미국 정부기관 내 업무 시스템이 중복되며 상호 운용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방 기구 내 CIO들은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통합을 더욱 강력한 보안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연방 CIO 위원회는 11년 전 EA(Enterprise Architecture) 프레임워크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는 업무 및 회계 시스템 간 정보 투명성과 정확한 예산 집행, 프로젝트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11년 전부터 노력해왔음에도 미 정부기구들의 시스템은 상호 운용성이 부족하고 더러 중복되는 시스템도 여전하다. 많은 정부기관에서 여전히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정부기관 간 업무, 회계 시스템 및 데이터 연동, 정보 공유의 문제제기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국가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는 데 기술적인 장애에 부딪히고 있으며 대표적 사례로 국방부(DoD )가 꼽힌다. 국방부 산하 군 관련 조직들은 DISA(Defense Information Systems Agency)나 DBTA(Defense Business Transformation Agency)의 서비스를 사용해 회계 업무를 관리하라는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있다.

 업무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파편화된 정보저장소(사일로)일 뿐이라는 게 그 이유로, 업무 시스템과 정보 이는 국방부의 최대 과제기도 하다. 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관계자는 국방부의 업무 시스템은 심각한 수준으로 느리며 아직 현대화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한다.

 미 국방부는 산재돼 있는 기존 회계 시스템 3000여대를 12개의 ERP 시스템으로 교체하거나 연동하는 작업에 연간 10억달러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레거시 시스템은 ERP와 연동될 때 ERP 시스템에 에러를 일으키고 있는데, 개별적인 외부 인터페이스 수가 늘어날수록 트랜잭션 성공률은 떨어진다. 미 정부기관의 시스템은 방대한 외부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일으키는 트랜잭션 에러를 교정하는 데 연간 수백만달러를 낭비하고 있다.

 중앙의 업무 시스템이 먼저 현대화되지 않으면 하부 기관들과의 정보 시스템 연동은 요원하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미국 국방부는 최근 DAI(Defense Agencies Initiative)라는 새로운 테스트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방부의 무수히 많은 회계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으로, 연내 국방부 산하기관에도 제공될 계획이다.

 오바마 정부가 표방한 웹 2.0 기술 기반 거버먼트 2.0의 대표적 예가 Recovery.gov다. 그러나 Recovery.gov 사이트도 시스템 연동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경기부양법에 따라 전 정부기관은 경기부양비 예산의 집행 현황과 그로 인해 생성된 일자리 등 모든 세부적인 정보를 Recovery.gov에 공개해야 한다. 이는 각 정부기관 내에서도 서로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을 전면 교체 혹은 재개발한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580억달러의 경기부양비 예산을 받는 교통부에는 연동되지 않는 회계 시스템이 10개 이상이라고 한다. 교통부는 Recovery.gov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 독자적 회계 시스템을 연동 혹은 교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드 표준화와 사이버보안 문제=시스템 연동, 데이터 호환의 문제를 해결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회계 코드의 통일이다.

 재무부는 범정부 재무계정기호 수정시산표 시스템에 의거해 재무회계 보고서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산하기관들의 회계 데이터를 집산해 4대의 시스템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산하기관은 통합된 회계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재무부의 새로운 표준 포맷을 따라야 한다.

 분석가들은 연방 정부기구 간 정보 공유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으로 지난 2000년 발생한 9·11 테러를 꼽고 있다. 이후 방대한 정보수집 기관이 테러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저마다 정보를 수집, 확보한 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는 기관은 한 곳도 없다. 블로그나 위키를 적용한 다중기관 간 정보 공유 협약이 체결됐지만 정보의 단편화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테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2004년 ISE(Information Sharing Environment) 구축 결정이 내려졌지만 아직 개발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 연말 조사된 바에 따르면, ISE 프로그램의 정보 공유 프로세스와 의무 적용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기관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또 다른 데이터 사일로는 전자의무기록(EMR)이다. 국방부와 국가보훈부(DVA) 간 시스템의 불완전한 상호 운용성 때문으로, 국세청(IRS) 또한 감사 일정을 조정할 효과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시스템과 데이터 연동, 표준 코드 채택 등으로 범정부 차원의 정보 연동과 투명한 공개가 구현될 경우 이제 마지막 남은 난관은 사이버보안이다. 현 상태로서는 미 연방 CISO(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들이 정책을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조직이 전무하다. US-CERT(Computer Emergency Readiness Team)가 사이버보안 위협 대응의 조정자 업무를 맡고 있으며, 사이버보안 전담자가 없는 정부기관은 사이버 공격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다만 이달 3일 발표된 ‘사이버 공간 정책 분석’ 보고서에서는 사이버보안 조정관이 이끄는 백악관 내 최고 담당부서를 신설한다고 밝혀 중앙화된 보안 정책 관리의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다. 당초 일정보다 한 달여 지연된 이 보고서에서는 사이버보안 조정관 신설, 정보통신 인프라스트럭처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 업데이트 등이 골자며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의 모든 것을 사이버보안 조정관과 상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거버먼트 2.0을 위해 선결돼야 할 시스템 차원의 연동성 문제, 국가 기록 및 보고서의 표준화된 코드, 보안 문제는 오히려 개별적인 사안일 수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중앙화된 리더십의 부재라는 것이다. 미국 42개 자치주와 연방 정부의 특성상 개별적, 독자적 정보 시스템이 구축돼 왔으나, 이제 참여와 공유, 공개의 3원칙 위에 세워져야 하는 열린 정부 ‘거버먼트 2.0’은 그 속성상 연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중앙화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화된 정책 수립, 하부기관의 적극적인 정책 수용 없이는 수많은 데이터 사일로를 열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거버먼트 2.0 시범 사례 Data.gov와 Recovery.gov

 ◇Data.gov=연방정부 차원의 범정부기관의 데이터 통합 저장소로 워싱턴DC의 CTO였던 비벡 쿤드라가 연방 CIO로 임명되면서 발표한 첫 사업 중 하나다.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며, 페이스북과 블리스트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적극 활용해 정부의 업무와 정보를 시민에게 상세하고 친근하게 알려주도록 구축된다.

 방대한 정부 업무 데이터를 쉽고 친숙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방법의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로써 정부기관 또한 새로운 기술 확보로 업무 효율성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Recovery.gov=지난 2월부터 구축에 들어간 ecovery.gov 웹사이트는 8200억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 자금의 의회 통과 후 백악관과 행정기관은 시민에게 경기부양 예산 사용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각 기관은 Recovery.gov 사이트에 자신들이 사용한 경비 부양비 규모와 집행처, 집행 방법, 일자리 생성 등을 세부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거나 추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