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취재수첩-창의적‘플랫폼’전략이 필요하다

 애니콜과 싸이언이 바뀌고 있다.

 휴대폰 완제품 제작 후 주문에 대응하는 방식을 지켜 온 삼성전자는 주문이 들어오면 부품 상태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주문후제작(MTO:Make To Order) 방식 구현에 대해 고민 중이다. 해외지역 판매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반제품 형태로 선적한 후 판매될 대륙에서 조립하는 방법도 시도 중이다. 배송 시 부피가 줄어 운송비 절감 효과도 덩달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LG전자도 휴대폰을 만들 때 어떤 제품에도 들어갈 수 있는 부품 등 공통 플랫폼을 구성, 반제품 재고로 주문에 즉시 대응하는 주문후조립(ATO:Assemble To Order)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점차 확대해 간다고 한다. 기술의 우수성뿐 아닌 공급망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품화 현상은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렇듯 시장 선두 기업들은 지금 ‘플랫폼’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반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간 단계를 효율적으로 만든 제품화를 구사해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포스트폰먼트(Postponement)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략을 잘 수행하면 납기를 빠르게 하고 재고를 줄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중간단계 창고를 만들어 물류를 최적화하고, 생산 시 조립성을 고려한 공장 배치 등이 주를 이뤄왔으나 최근에는 아예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플랫폼’을 고려할 정도다. 이처럼 커다란 ‘사슬’ 안에서 제품을 보면, 과거의 훌륭한 제품이 더 이상 훌륭한 제품이 아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열심히 좋은 제품을 만들면 1등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표현했다.

 본래 반제품을 이용한 플랫폼 전략으로 치자면 노키아가 대표적인 회사다. 노키아는 제품의 리더십 측면보다 공급망 효율성이 탁월해 낮은 생산단가와 높은 수익률을 실현해 왔다. 반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조립해 껍데기를 씌우는 ATO 방식으로 재고를 최소화하고 빠른 납기 경쟁력도 지켜 왔다. 신흥 시장의 각 매장에 노키아 직원을 두고 판매시점관리(POS)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수요 예측 역량을 높이며 높은 SCM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플랫폼 역량을 중시하다 보면 일정 부분 품질의 손상도 감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한 전문가는 이 같은 문제를 양면이 다 디자인 돼 있어 때에 따라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양면 점퍼’에 비유했다. 일반적으로 양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은 그 효율은 높지만 품질 혹은 디자인은 떨어질 수도 있다. 기술 리더십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도화된 SCM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창의적 플랫폼 전략 마련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