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돼지와 사람 그리고 인터넷

[데스크라인] 돼지와 사람 그리고 인터넷

 사람들은 흔히 돼지꿈을 꾸면 다음날 복권을 산다. 반드시 당첨된다는 보장을 떠나 돼지가 ‘복’과 ‘행운’을 상징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의 상징이자 수천년 동안 인간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해온 돼지가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 발생 이후 때아닌 홍역을 치른다. 신종 플루가 처음에 돼지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이로 인해 값이 폭락하는 등 돼지로 생계를 이어온 양돈 농가와 음식점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다행히 돼지가 신종 플루의 진원지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억울한 누명에선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돼지 수가 10억마리에 육박하면서 환경오염 및 인간의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돼지가 인간 거주 공간 가까이에서 사육되고 인간과 많은 바이러스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잠재적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대목에서 돼지에 대한 반론이 필요할 것 같다. 돼지는 최근 바이오산업에서 주목받는 신약개발의 핵심 동물 중 하나다. 형질전환 복지돼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다. EPO(Erythropoietin)라는 약물이 있다. 올림픽 금지 약물로 알려졌지만 빈혈환자에게 꼭 필요한 특효약이다. 신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EPO의 생산이 저해돼 빈혈이 많이 일어난다. 이 환자들에게 EPO를 투여하면 빈혈증상이 개선돼 현재 대표적인 빈혈 치료제로 이용된다. 암환자의 화학요법에도 병용되고 있다. 이런 효능 때문에 EPO는 ‘부르는 게 값’이다. 1g당 가격이 무려 5억원을 호가한다. 세계 시장규모가 28억달러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형질전환 돼지에서 EPO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돼 눈길을 모은다. 신약개발로 이어진다면 형질전환된 돼지가 말 그대로 ‘복돼지’가 되는 셈이다. 돼지의 생리적 특성이 사람과 많이 닮았다는 점에서 잠재적 질병 위험요소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에서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장기이식과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린다.

 불법 콘텐츠 다운로드 등 인터넷 역기능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삼진 아웃제’ 법안 처리 문제로 오락가락하던 프랑스 의회는 유럽연합(EU)의 반대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프랑스처럼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나라에선 결코 구글·트위터 같은 대박 벤처기업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비약일 수 있지만 ‘구더기가 무서우면 장을 담글 수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지난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반도체·네트워킹 등 여타 IT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반면에 유독 인터넷 분야만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인터넷 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에선 ‘제2의 구글’을 꿈꾸는 울프럼알파·서치미·트와인 등 신생 검색엔진 업체가 속속 등장했다. 반면에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국내에선 네이버에 도전장을 던졌다가 NHN에 인수된 ‘첫눈’ 이후 이렇다 할 업체가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을 ‘복돼지’로 만들려면 역기능을 간과해서도 안 되겠지만 순기능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돼지와 사람, 인터넷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김종윤 국제부부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