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 `인터넷 삼진 아웃제` 전격 승인

 프랑스 의회가 영화·음악 등 콘텐츠를 불법 공유한 사람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디지털 저작권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안을 승인했다. 이는 유사한 법안을 두고 부결처리했던 유럽연합(EU) 의회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 것으로 향후 전세계 정부의 관련 대책과 콘텐츠 산업계에 미칠 여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프랑스 하원이 온라인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3번 이상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공유한 사람에게 1년간 인터넷 접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3진 아웃(three strikes and you’re out)’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같은 내용의 법안이 부결된지 한 달만의 일이자 EU의회가 유사한 법안을 거부한 지 불과 1주일도 안된 시점에 나온 것이다.

 법안 통과와 관련해 크리스틴 알바넬 문화부 장관은 “저작권 침해행위로부터 문화적 다양성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조치”라며 반겼다.

 찬성 296표, 반대 233표로 이 법안이 가결됨에 따라 해당 업무를 수행할 새 전담기구가 설치된다. 이 기구는 불법 공유로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에게 경고메일을 발송하고 3회 경고를 받은 사람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

 하원을 거친 이 법안은 13일로 예정된 상원의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다. 또 입법 거부권을 가진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거부권이 행사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 법안이 앞서 지난달 초에도 프랑스 의회에 상정됐지만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의원 상당수가 참여하지 않아 부결됐으며 이번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UMP의원에 투표 참석을 요구하면서 전격적인 통과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럽의회와 배치된 결정이라는 점과 시민단체의 반발, 법조계의 우려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U 의회는 지난 6일 정부가 영화·음반 등을 불법 다운로드한 사람들의 인터넷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대해 “정부가 법원의 판단없이 사용자의 기본권과 자유에 어떤 제한도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결시켰다.

 인터넷 자유를 옹호하는 진영은 “이번 결정이 프랑스 인터넷 발전을 과도하게 침해하며 근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르코지 진영이 국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찬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결정이 정치적인 적법성이 약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콘텐츠 산업계의 대응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이 같은 행보는 인터넷 해적행위에 대응한 가장 강력한 대응에 해당한다.

 특히 전세계 다른 국가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영국 정부도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인터넷 서비스 업계가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프랑스와 비슷한 접근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마크 멀리건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가 주로 초점을 두고 있는 P2P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술의 이동으로 프랑스의 조치가 곧 대규모 차단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더욱 유용한 음악·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독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