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CTO 필요하다](중) 해외에서는

 #지난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애니시 초프라 버지니아주 기술장관을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지명했다. 내각에 CTO직을 신설해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공약에 따른 것이다. 초프라 CTO는 연방정부 사이버 보안정책 강화, 초고속 인터넷 확충, 건강보험료 절감 등의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 2001년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성과 과기부에 해당하는 과학기술청을 통합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 통합 이후 과학기술 행정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질 것을 우려, 내각에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특명대신을 신설했다. 이 특명대신이 이끄는 내각부 과학기술정책실이 국가 CTO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IT·과학기술의 정책 효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만 뒷걸음질 치고 있다. 부존자원 없이 기술로 승부하는 국가에서 IT·과학기술 정책의 효율성은 국가 미래가 걸려 있기에 심각성이 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의 날 축사에서 “훌륭한 과학자 한 명이 유전(油田)보다 더 가치 있다”며 “과학기술 예산을 해마다 10% 이상 증액하겠다”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해체되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없어지면서 정부의 IT 및 R&D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CTO 기능이 사라졌다.

반면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 CTO를 통해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있던 CTO 기능마저 없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할 때 벤치마킹했던 사례는 일본의 문부과학성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문부과학성을 만들면서 교육현안에 과학기술 정책이 매몰되지 않고,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정책이 추진되도록 내각부 안에 과학기술을 종합 조정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책실을 따로 마련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거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을 하는 기구다.

 출범 당시 직원 50명으로 출발한 과학기술 정책실은 100여명의 조직으로 확대됐다. 일본은 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 그리고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참여해 매달 한 번씩 개최하는 종합과학기술회의(CSTP)에서 과학기술 예산평가 및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CSTP의 구성은 우리나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비슷하지만, 예산권까지 확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노다 과학기술정책 특명대신은 “과학 정책은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기술개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종합과학기술회의를 만들고 중립의 위치에서 예산을 분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 마지막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김선화 순천향대 교수는 “과기혁신본부는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혁신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조직”이라며 과기혁신본부 해체를 안타까워했다.

 IT산업도 마찬가지다. 정통부를 해체할 당시 IT산업을 각각의 산업과 연계해 추진하면 된다고 했지만 곳곳에서 정책 혼선만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국가 CTO의 부재는 결국 정책약화로 이어졌고, 이는 추경예산 편성에서 현실화됐다. 정부가 마련한 28조9000억원의 슈퍼 추경안에서 IT 기반 디지털 뉴딜 예산은 전체 추경 중 1.16%에 불과한 3361억원에 그쳤다.

 오바마정부는 광대역망, 헬스케어IT, 전력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의 3개 IT인프라 부문에 총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향후 3년 동안 의료현장의 IT환경 강화, IT인재 양성, 전자행정 추진, 환경대응형 신산업 창출의 4개 IT분야에 총 3조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시로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유형준·권건호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