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유통공룡이 해야 할 일

[데스크라인] 유통공룡이 해야 할 일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상품은 무엇일까. ‘불·비행기·전기·컴퓨터·피임약·아스피린….’

모두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들은 인간의 삶을 바꿔놓았고 체질도 변화시켰다. 이 가운데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전기다. 전기로 인해 인류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제는 밝음이 항상 옆에 있어 당연시됐다. 에지너로 인식되면서 재화와 서비스도 만들었다. 사고파는 최고의 무형상품이 됐다.

20세기 들어 최고의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낸 발명품은 무엇일까. 단연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묶었다. e메일을 사용하면서 거리의 빨간 우체통을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정보가 범람해서 정보에 더 목마르고, 정보가 흔해서 정보가 더 귀한 시대를 만들었다. 파생상품도 탄생시켰다. 보고 만져서 구매해야 했던 유형의 제품을 클릭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쇼핑몰이 그것이다. 여기에 웹2.0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신이 판매자가 되고 구매자가 되는 오픈마켓 시장을 확대시켰다.

지난 16일 한국에 오픈마켓 공룡이 탄생했다. e베이가 G마켓을 인수하면서 유통공룡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내에 오픈마켓이 생긴 것은 지난 1998년 4월 옥션이 출범하면서다. 이후 2000년 4월 G마켓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오픈마켓은 고공비행을 했다. 실제로 2003년 8000억원이었던 거래규모는 지난해 10배가량 성장하면서 8조원대를 형성했다. 오픈마켓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경매라는 ‘재미’를 유통에 심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알뜰구매 장터가 한 몸으로 합쳐졌다. 업계는 유통공룡이 백화점은 물론이고 대형마트의 거래 규모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내수 경제의 잣대로 유통공룡의 데이터가 공식표준으로 쓰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새 유통공룡을 키운 것은 똑똑한 소비자다. 재고 따지면서 콘텐츠 생산을 유발시켰다. 시스템과 서비스, 배송까지 점수를 매겨가며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올바른 성장을 돕고 쇼핑의 저변을 넓혔다. 오픈마켓의 주인은 소비자인 셈이다.

앞으로 유통공룡이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주인인 소비자를 섬기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독점의 논리, 힘의 논리, 공격의 논리, 승리의 논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3년간 판매수수료율 인상을 금지시켰다. 박주만 옥션 사장도 “가능한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면 어찌 변할지 모르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오픈마켓의 80% 이상은 영세상인이다. 개인판매자들도 있다. 이들도 똑똑한 소비자와 함께 유통공룡을 키운 개미군단이다. 한국을 교두보삼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e베이 역시 영세상인과 한 배를 탔다. 이들이 해외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화해야 하고 연결고리를 엮어줘야 한다. 풍년이 들었다고 농심(農心)이 밝은 것은 아니다. 수확창고에 가득한 곡식을 재화로 만들 수 있는 유통채널을 건네줘야 한다.

상생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 42.195㎞ 마라톤 코스를 달려야 하는 것처럼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것이다. 유통공룡이 상생의 길을 훌륭하게 완주하길 기대한다.

김동석 생활산업부 차장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