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콘텐츠 산업 육성 `F학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콘텐츠 산업 분야별 시장규모 계획 및 목표 달성 현황

 정부가 ‘콘텐츠 5대 강국’을 목표로 각종 중장기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결과물은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아는 현 정부가 1차 계획에 대한 구체적 평가나 체계적인 분석 없이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콘텐츠산업 발전 계획을 내놓고 있어 실현 결과에 벌써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3년 만화·캐릭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1차 중장기계획을 발표했으며, 2006년에는 애니메이션·음악산업의 발전을 위한 1차 중장기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분야별로 콘텐츠산업 발전 계획을 내놓고 있다.

6일 전자신문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음악 등 주요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의 문화부 1차 중장기 계획 성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당초 목표를 크게 밑돌았다.

문화부는 2006년 발표한 1차 애니메이션산업 중장기 계획에서 2010년까지 시장 규모 1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까지 시장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2010년 국내 애니메이션산업 규모는 목표치의 절반 이하인 4863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높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차 계획에서 2013년까지 시장 규모 목표액을 8000억원으로 축소했다. 당초 2010년까지 목표로 했던 1차 중장기 계획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한 이 수치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화부는 캐릭터산업의 내수 시장을 2007년까지 1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지만 정작 2007년 시장 규모는 5조100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 그쳤다. 더욱이 1차 계획을 수립하던 2002년도 시장 규모 5조2771억원보다 오히려 1771억원이 줄어들었다. 시장에서 국산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60%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40% 수준에서 멈췄다.

만화산업 역시 1차 계획에서 내수 시장을 1조원까지 키운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2007년 시장 규모는 7617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2007년 수출액은 400만달러로 점유율은 고작 1.4%에 불과해 해외 수출을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 선언을 무색하게 했다.

그나마 음악은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비교적 목표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2006년 1차 중장기 계획에서 2010년까지 1조원 시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2008년 시장 규모는 8440억원이다. 하지만 시장의 대부분이 벨소리, 통화연결음 같은 부가서비스다. 음원 제작 및 유통 사업자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산업 구조의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산업 계획을 세울 때 실행 방향성이나 목표와의 연관성을 배제한 채 멋있게 보이기 위한 선언적인 요소들만 내세우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산업 진흥 경험도 없고 지속적인 책임 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흐름은 현 정부가 발표한 문화산업 중장기 계획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동준·이수운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