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박사인력 태반이 백수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이어, 최근에는 그나마 양성한 이공계박사급 인력 절반정도가 학교와 연구소,기업에서 채용되지 못해 이공계 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주요선진국 대비 인구 1000명당 이공계 박사급 인력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산학연이 채용을 꺼리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김석준)은 15일자 ‘이공계 박사인력 수급 환경의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2006년의 경우 이공계 박사급 배출인력은 4814명이 배출됐지만 학교·연구소·기업의 박사 수요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71명에 불과해 공급과 수요 불일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7000여명의 이공계 박사(의학계 포함)가 배출되지만 산학연에 근무하는 이공계 박사급 인력수요는 평균 2300여명에 불과, 배출 규모에 비해 활용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공계 박사 인력 공급과잉으로 지난 2000년의 경우 박사 인력 가운데 미활용되거나 비정규직에 근무하는 사람은 전체의 13%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5년에는 23%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게다가 박사과정 가운데 공학박사의 49.5%, 이학박사의 45.3%가 대체로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로 이미 전일제 직업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돼 석사를 마치고 곧 바로 박사를 취득한 상당수 박사급 인력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인구 1000명당 이공계 박사수가 적은 상황에서, 산학연이 박사급 인력 채용마저 꺼리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과학 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이공계 양적 팽창 전략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대학 특성화 및 구조 개혁을 통해 이공계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중소·벤처업계가 이공계 박사급 인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