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 IT코리아 신화를 재현한다] (2-1부)① 특별기고-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

[방통융합 IT코리아 신화를 재현한다] (2-1부)① 특별기고-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

 ‘풀밭 위의 점심식사’라는 그림을 보았다. 러시아 팝아트 화가인 블라디미르 두보사르스키의 작품으로 마네가 풀밭 중앙에 누워 있고 고갱, 고흐, 르누아르, 세잔 등이 흩어 앉아 오찬을 즐기는 소재였다. 2002년 작품으로 인상파 화가들의 자화상을 배치한 작가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흥미로웠다.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 방송 영상 콘텐츠 제작에 대여하고 각종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면 이러한 창작활동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쓰나미가 되어 우리 경제 역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세계 교역량 자체가 크게 감소해 수출이 급감하고 성장이 멎었다. 외자가 들어오지 않고 환율이 크게 올랐다. 누구나 투자를 말하고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지만 쉽지가 않다.

 힘들기는 ICT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성장 일변도던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고 발상의 전환과 비상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UN 산하 ITU에서 처음으로 ICT 발전지수(ICT development index)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스웨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덴마크, 핀란드, 영국이 뒤를 잇고 일본은 12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접속에서 1위, 모바일 이용률 등에서 2위를 기록한 덕분이다. 위기 국면에서 신성장동력의 창출기반과 국가발전의 잠재력을 평가받은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주거환경의 장점을 살려 일찌감치 ADSL 기반으로 초고속망을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갖췄다. 그러나 접속의 최고일 뿐 서비스의 우위를 점한 것은 아니라는 게 냉정한 평가다.

 최근 들어 ICT를 둘러싼 환경은 융합이 대세가 됐다. 디지털 융합을 촉진하고 확산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4년간 지지부진하던 IPTV 전국서비스를 시작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통해 FTTH로 망을 깔아 일방통행 고속도로의 병목을 벗어던지고 세계 최초의 양방향 초광대역 고속도로를 갖추게 됐다. 우리 기술인 와이브로가 유비쿼터스시대를 열어가는 기술로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현재의 고정형 IPTV가 모바일 IPTV로 진화하게 되고 서비스 융합을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커버리지가 확보돼 와이브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를 전국으로 확장하는데 1조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향후 4년간 정보고속도로 확충에 100억달러 이상 쏟아 부을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30조원 이상의 슈퍼추경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민간투자가 주춤하고 소비심리가 가라앉은 위기상황이다. 재정을 통한 수요창출로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을 지원해 나가는 것도 정책적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다.

 모바일 광대역 정보고속도로가 구축되면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보다 훨씬 급격한 삶의 혁명이 일어난다.

 IPTV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가 지하철이나 달리는 차속에서도 이용 가능해진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상으로 전환이 가속화된다. 교육·의료 서비스가 대표적 예다. 사교육비가 21조원에 달하고 그중 영어 과외비가 절반이 넘는다. 모바일 IPTV를 활용하게 되면 양방향 대화형 사이버 교육의 이용이 더욱 편리해진다. 사교육비가 절감되고 공교육 정상화로의 선순환에 기여하게 된다. 의료정보 공유와 원격진료로 의료선진화가 촉진된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전자정부 전자거래도 개인밀착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던 실감형 영상회의, 재택근무도 본궤도를 찾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활, 산업, 행정 전반에 걸쳐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 혁명이 일어나고 녹색성장의 세계 최고의 테스트베드를 갖추게 된다. 다양한 유무선 융·복합 서비스가 새로운 모바일 브로드밴드에서 실현되고 녹색산업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가치사슬이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자면 규제개혁과 법제선진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 미디어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하루빨리 종식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