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이버 범죄로 얼룩진 IT코리아

[기자수첩] 사이버 범죄로 얼룩진 IT코리아

 “세금 한 푼 연체하지 않고 꼬박꼬박 납부했으니 이런 때 국가와 경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얼마 전 서비스분산거부(DDoS) 공격을 받은 한 사이트 관리자의 말이다. 그는 DDoS 공격을 받아 사이트가 마비된 것은 물론이고 공격자라고 자신을 밝힌 일명 ‘사이버 조폭’의 협박을 받은 후 국가의 도움을 절실히 원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버 조폭을 단죄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고 현행 법 체계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찰에 연락하니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한다. 그 번호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인터넷대응지원센터.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좌절해야 했다.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니 이번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다시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라고 했다. 다시 경찰에 전화를 하니 증거를 확보해 서면으로 신고 접수하고 기다리라는 답을 받았다. 사이트가 먹통이 돼 매출이 중단되고 협박이 시작되는 상황에 운영자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다. 선량한 국민이 국가의 도움을 절실히 원했지만 결국 사이트는 다운됐고 협박 메일은 끊이지 않았다.

 비단 이 관리자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 같은 사이버 조폭이 활개치는 것은 물론이고 대국민 민원서비스 사이트인 ‘게임물등급위원회’도 DDoS 공격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금전적 목적이 아니라 보복성 목적으로 해킹이 이용되는 시대인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했던 조폭 문화가 온라인으로 옮겨왔고 보복도 온라인으로 되고 있다. 모든 오프라인 범죄가 온라인에서 버젓이 그리고 더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의 법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발생한 이 같은 범죄에 대해 범인이 잡혀도 가벼운 형량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사이버조폭에서 온라인 마약, 보복 해킹까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범죄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를 단죄할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하루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IT 코리아는 사이버 범죄로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