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산업의 독버섯, 불법 웹하드](3)갈수록 교묘해지는 수법

 불법 웹하드 서비스는 매우 교묘하다. 불법복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를 서비스하는 웹하드 서비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각종 눈속임으로 저작권자와 정식으로 한 계약을 어기고 경찰의 단속을 피한다. 불법 웹하드 업자의 수법이 교묘해질수록 이로 인한 저작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애꿎은 청소년의 피해도 확대된다.

 불법 웹하드 서비스 업체는 하나같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콘텐츠 제작사와 계약을 했다고 홈페이지에 명기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콘텐츠가 불법임을 감추려는 눈속임일 뿐이다.

 국내 유명 웹하드 클럽 운영자 L씨는 “저작권 제휴를 맺었다는 웹하드의 99%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제휴를 맺은 영화를 서비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화와 함께 불법복제 파일을 동시에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 웹하드 서비스에서 영화 ‘미인도’를 선택하면 파일 목록 중 위로부터 3개 정도는 저작권자와 제휴를 맺은 파일이지만 바로 밑에 수십개의 불법복제된 미인도 동영상이 나와 있다. 제휴 콘텐츠 미인도는 편당 800원 정도를 내야 하지만 불법 복제된 미인도는 수십원에 볼 수 있다. 마치 귀금속점 주인이 정품 다이아몬드와 함께 가격이 10분이 1인 장물 다이아몬드를 내놓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검색 기능도 마찬가지다. 웹하드 서비스 업체들은 저작권자의 요청에 따라 일부 콘텐츠는 검색 자체를 막았다고 홍보한다. 이 역시 눈속임이다. 작품명을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그 앞에 별표(★) 등 특수 문자만 하나 넣어도 해당 콘텐츠의 불법복제 파일이 줄줄이 나온다.

 만일 불법 웹하드 서비스가 단속에 걸려 폐쇄되더라도 이름만 바뀌어 버젓이 서비스된다. 이전 웹사이트 주소를 웹브라우저에 치면 폐쇄됐다는 화면이 나오지만 그 아래에는 친절하게(?) 이전한 사이트로 바로가기 버튼이 이용자를 유혹한다.

 단속을 피하는 기술 수준도 전문가 뺨친다. 저작권자들은 디지털콘텐츠의 주민등록번호 기능을 하는 해시값으로 웹하드의 불법복제물을 찾는다. 문제는 파일의 내용이 조금만 달라져도 해시값 검색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악용해 불법 웹하드 업자들은 분량을 자르거나 코덱을 바꾸는 방법으로 콘텐츠 파일을 수정한다.

김주엽 뮤레카 대표는 “영화 추격자 파일을 몇 초 분량만 잘라도 해시값이 달라진다”며 “결국 수천개의 다른 해시값을 가진 추격자 파일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물리적으로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불법 웹하드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웹하드 포털까지 등장했다. 이 서비스는 무료인 회원 가입만 하면 평생 동영상 공짜라든지 MP3플레이어를 준다는 자극적 문구로 네티즌을 유혹한다. 편법과 눈속임이 만나 불법 웹하드 서비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장동준기자 djjang@

<용어 설명> 해시(hash)값

해시값은 사람의 지문처럼 디지털 콘텐츠마다 붙어 있는 고유의 ‘전자지문’이다. 32자리 숫자로 이뤄져 있으며 그 파일의 용량이나 제목, 확장자 등의 정보가 들어 있다. 원본 파일을 증명하거나 저작권 침해 파일을 찾아내는 방법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해시값 조작이 가능하다. 해시값을 이루는 파일명이나 확장자, 용량 등을 약간만 바꿔도 완전히 다른 해시값을 갖는 파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