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조직문화 ‘죽이냐, 밥이냐’

[ET단상] 조직문화 ‘죽이냐, 밥이냐’

 윤재환 롯데정보통신 경영지원부문장 lotty001@lotte.net

 

 한번이라도 직접 밥을 지어 본 사람이라면 쌀을 씻고, 밥솥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 밥을 짓는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안다. 쌀과 물의 비율, 쌀을 불리는 시간, 뜸을 들이는 시간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밥이 아니라, 죽이 되기도 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을 다루는 몇 가지 규칙을 알아내고 그것을 구성원들에게 강제하면 조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조직이란 말은 현학적인 단어가 아니다. 조직은 경제적인 기계며 사회적 시스템이다. 기계는 언제나 명령받은 대로 일을 한다. 감사하다는 인사가 없다고 시무룩해 하지도 않고,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놀라운 실적을 이뤄내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사회적 시스템인 조직은 복잡하다.

 복잡한 사회적 시스템이자, 개인이 기반이 되는 조직이 한 방향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공통의 가치가 필요하다. 가치는 조직 내에서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개인들에게 알려주는 공통 분모다. 개인이 치열하게 노력하도록 자유를 주는 기본적 신뢰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뜬구름 잡는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인 지향점을 의미한다. 조직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더 나은 결과를 낳기 위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해 조직의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의욕을 북돋우는 조직문화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통의 가치와 목적을 가진 기업은 이미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둘째, 보통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개코원숭이가 침팬지에 비해 생존력이 높은 이유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집단학습 덕분이다. 그들은 밤이 되면 잠을 자기 위해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모인다. 아침이 되면 각자가 전날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먹이가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장소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 비법이다. 조직의 숨겨진 힘은 기술과 지식, 노하우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 나누고 새로이 창출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변화 프로세스의 한 부분이다.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 토론이다. 이런 가운데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데서 한 방향 조직문화는 꽃핀다.

 셋째, 다양한 하위 문화를 확보해야 한다.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던 찰스 다윈은 종의 다양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귀국 후 그는 1859년에 종의 기원을 출간하면서 진화론이라는 새 학문의 장을 열었다. 진화론을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연이 보여준 무한에 가까운 다양성이었다. 많은 과학 이론들이 100년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지거나 뒤집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지 150년이 된 다윈의 진화론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더해가는 이유기도 하다. 기업에서도 한 방향 조직문화가 의미를 가지고,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진정한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조직이 죽이 되는지 밥이 되는지는 결국 한 방향 조직문화를 형성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고, 고객에게 봉사하는 일도 중요한 목표지만 조직이 한 방향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목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