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뢰, 어디까지 왔나](하)정보 신뢰도 높이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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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모 인터넷 매체가 유명 연예인의 신체 일부가 노출된 것처럼 합성한 사진을 그대로 게재해 논란이 됐다. 네티즌이 장난 삼아 만든 위조사진을 언론사가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가져다 쓰면서 발생한 문제다. 해당 사진이 위조됐음을 밝힌 주인공 역시 네티즌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보이는 이 작은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현재 인터넷 정보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보여준다. △네티즌이 만든 허위정보는 다른 네티즌들에 의해 걸러질 수 있으며 △전문성과 권위를 갖춘 기존 정보 생산주체들(정부·언론·기관 등)의 게이트 키핑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수행한 ‘인터넷 정보 유통체계 분석 및 신뢰 연구’에 따르면 정보 생산의 주체가 기존 권위형 집단에서 카페나 블로그 등의 네티즌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 집단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으나 이들 주체간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정보 신뢰 갈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연구에서 환율·멜라민·대운하·촛불시위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19개 키워드의 정보량을 집계한 결과(기간 2008.1.1∼12.14, 코리안클릭 버즈 분석) 총 61만4255건 가운데 뉴스가 34만5322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블로그·게시판·카페의 정보량도 26만8000여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네르바·옥션 해킹·대운하·촛불시위·극장요금 인상 등의 일부 키워드는 아예 블로그나 카페가 정보량에서 뉴스를 2∼3배 앞질렀다. 이슈가 촉발된 시점 상으로도 대체로 블로그 등이 뉴스를 선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정보 생성 및 유통에서 카페·블로그 등 네티즌들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부 파워 블로거와 상위 카페 등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갖고 자율규제를 하고 있으나 아직도 상당수 네티즌 프로슈머들은 명확한 책임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UCC·포스트·퍼나르기 등을 통해 정보 생산과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역할에 대한 자각이 부족한 탓이다. 과거 소수 전문가 집단이 자체 기준을 갖고 정보 오류를 걸러내 공개하는 구조에 비해 설익은 정보와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개연성도 커진 것이다. 따라서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프로슈머 교육이 요구된다. 언론인권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1인 미디어 교육 등 정보 생산 주체의 책임의식을 높이려는 사회적 교육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미약한 실정이다. 배영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과)는 “책임의식을 높이는 생산자 교육과 함께 정보 선택의 판단능력을 키우는 소비자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언론·기관 등 신뢰도 높은 기존 정보 생산 주체 역시 게이트 키핑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 등은 때로는 카페나 블로그를 취재원으로 삼다가 때로는 일부 잘못된 정보만을 들추어 공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2∼3년 전 지하철 결혼식 해프닝에서 보듯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미담이나 화젯거리로 보도하면서 오히려 신뢰 문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실장은 “고품질 정보가 많이 나오면 잘못된 정보가 설자리가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연구소 등에서 보유한 고급 정보가 많이 개방되어야 하고 전문가 집단이 인터넷 정보 생산과 유통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뉴미디어과가 블로그를 개설해 문화 정책에 대해 일반인과 적극적인 소통을 벌이는 것은 좋은 사례다.

 무엇보다 인터넷 신뢰를 높이는 기본 전제조건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TRC가 지난해 11월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네티즌 조사에서도 매우 정확한 정보가 있는 폐쇄적인 사이트보다 약간 부정확하지만 다양한 정보가 개방돼 있는 사이트의 신뢰가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사편찬위원회가 2005년 말 온라인에서 ‘조선왕조실록’ 원문 및 번역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일반 시민들의 오류 지적으로 개정을 하는 등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 사이버 모욕죄 등 각종 법적 규제 도입으로 신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다양성과 개방성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가 인터넷 공간을 관리 혹은 제어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을 확산시켜야 할 이용자 그룹이라는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